매일신문

[사람과 세월] 한삼화 벽돌제조 기업 '삼한C1' 회장(상)

"세상의 모들 길을 흙벽돌로 만들로 싶어"

한삼화 회장이 1994년 10월 삼한C1 예천 공장 준공식에서 어머니 전해금 여사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
한삼화 회장이 1994년 10월 삼한C1 예천 공장 준공식에서 어머니 전해금 여사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

벽돌제조 기업 '삼한C1' 한삼화(67) 회장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생해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서 자랐다. 한실이라고 불리는 동네였는데, 95호쯤 되는 마을이었다.

고향의 집들은 늘 물 피해를 입었다. 비가 내려 낙동강물이 불어나면 마을 앞으로 흐르는 지류가 역류했다. 논밭은 일 년에 서너 번씩 침수됐고 수확이 거의 없던 해도 많았다. 너나할 것 없이 끼니걱정을 했고 소나무 속껍질, 쑥, 산나물로 배를 채우기 일쑤였다. 논밭일과 집안일로 쉴 틈이 없었다. 아침에 아이를 낳은 여자는 오후에 밭일을 나가야 했다. 아이를 낳았다고 누워서 몸조리 할 수 있는 세월이 아니었다.

한삼화 회장이 8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2000년 6월 작고) 홀로 6남매를 키웠다. 어머니는 낮에 논밭일을 했고, 밤에는 자식들의 옷을 기웠다. 옷은 여기저기 해져서 쉽게 구멍이 났고, 어머니는 옷을 깁고 또 기웠다.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이었다.

가난한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은 없었다. 재산도 학위도 물려주지 못했다. 한 회장은 어린 시절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홀로 감당했던 형언할 수 없는 가난과 무거운 짐은 한삼화 회장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뼛속 깊이 새겨 주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배고픔은 가장 큰 고통이요 슬픔이었다. 그는 배불리 먹는 것, 평생 자식들의 끼니를 걱정했던 어머니를 위로하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믿었다. 부자가 되는 것은 목숨과 같은 사명이었다.

"어머니는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집안 제사를 모두 챙기셨어요. 큰 집안이라 제사가 많았는데, 물 한 그릇을 떠놓을망정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절에 가서 자식들을 보살펴달라고 부처님께 비는 것도 빼놓지 않으셨고요."

어머니를 이야기할 때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1994년 경북 예천에 '삼한C1' 제1공장을 준공했을 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끼니를 걱정하던 어머니, 평생 가난에 떨었던 어머니에게 맨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2000년 어머니가 작고하셨고, 2003년 제 2공장을 준공했을 때는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도 서운함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의 고생을 생각하면 나는 아무리 어려운 일을 해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번 목숨을 걸고 일했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18세에 대구로 나와 약국의 점원을 했다. 아침 7시에 문 열고, 밤 12시 통금시간이 돼야 가게 문을 닫았다. 약국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면 배가 정말 고팠다. 붕어빵이라도 사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제대 후에는 의약품 유통회사에서 13년 동안 일했다. 자전거 타고 배달을 했고, 판매직으로 약국과 병원을 찾아다니며 영업했다. 부지런했고, 그래서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벽돌제조 공장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한 약품 유통회사 직원의 건유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8년 10월 15일 '삼한C1'을 설립한 그는 스스로 '벽돌에 미쳤다'고 말한다. '삼한C1'은 150종의 벽돌을 생산하고, 연간 1억장을 제조한다. 그는 흙은 생명의 근원이고 벽돌은 살아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유효기간이 있으나 흙은 유효기간이 없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말이었다.

"흙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재료입니다. 사람은 흙집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는 일에 집중하면 재미있고, 재미가 있으면 그 분야의 일등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흙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흙은 대기가 습하면 습기를 빨아드리고, 건조하면 습기를 뿜어낸다. 흙벽돌로 지은 집과 사무실의 책이나 서류는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없다. 담배를 피우는 곳, 애완동물, 화장실 등을 흙벽돌로 지으면 악취를 흡수한다. 황토 흙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 파장과 일치한다. 흙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은 깊숙이 침투한다. 그래서 뼛속까지 좋다. 흙은 단열기능이 뛰어나다. 겨울에 보일러를 하루 2시간만 가동해도 종일 따뜻하다.'

그는 늘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강의가 있으면 먼 길을 달려가 듣고, 좋다는 시설이나 기술이 있으면 세계 어디든 달려간다. 매년 직원들 10명 이상을 반드시 해외견학을 보낸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보낸다. 배울 게 있다면 언제라도 견학을 환영한다.

그는 큰아들이 벽돌제조업을 가업으로 이어가기를 바랐다. 부를 이어가자는 말이 아니었다.

"흙벽돌을 더욱 발전시켜서 세계 일등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내 삶의 철학을 담아 나의 벽돌을 만들었습니다. 가업으로 이어가면서 자식들이 자신들의 철학을 담아 그들의 벽돌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사람살이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는 흙벽돌 길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휴일에 가족끼리 신발 벗고 맨발로 걷기를 바란다고 했다. 벽돌은 흙과 바람, 물과 불로 만든 것이고, 흙길을 밟기만 해도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니 자동차가 많은 도심에 깔면 공기를 정화해준다. 대구백화점과 한일극장 구간에 깔린 흙벽돌을 기증한 것도 그런 뜻에서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 18일 '사람과 세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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