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 선수들은 9연패 사슬을 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플레이는 투박했지만 부지런히 뛰어다닌 덕분에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다. 허일영과 석명준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서울 삼성은 고비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자멸했다. 17일 오리온스는 홈에서 78대60으로 승리, 기나긴 연패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당초 삼성은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이상민-이정석-강혁으로 이뤄진 명품 가드진에 지난 시즌 득점, 리바운드 타이틀을 휩쓴 테렌스 레더가 골밑을 지키는 데다 혼혈 귀화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이승준(206㎝)을 데려와 약점이던 높이도 보강했다. 하지만 노장 이상민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레더는 지난해만 못한 활약 속에 전주 KCC의 마이카 브랜드와 시즌 도중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간신히 중위권을 유지 중인 삼성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잦은 실책.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은 안양 KT&G(14.1개)에 이어 경기당 실책이 2위(13.7개)다. 오리온스(13.4개)보다도 많은 실책 수다. 17일에도 삼성은 오리온스(10개)보다 9개 많은 실책을 범하면서 흔들렸다. 오리온스 선수들이 연패에서 탈출하기 위해 초반부터 끈질긴 수비를 펼치자 삼성의 실책은 더욱 잦아졌다.
전날 부산 KT와의 접전(89대94 패)으로 지친 탓인지 17일 삼성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워 보였다. 덕분에 오리온스의 초반 압박은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석명준은 밀착 수비로 이승준(6점)과 이규섭(8점)을 묶는 데 성공했다. 공격에서도 석명준은 과감한 돌파와 3점슛으로 1쿼터에만 7점을 넣는 등 15점(3점슛 3개)을 터뜨리며 삼성 수비진을 헤집었다.
오리온스의 공격 선봉에 선 것은 신인 포워드 허일영(28점 6리바운드). 1쿼터에 7점을 넣은 허일영은 3, 4쿼터 때 17점을 쏟아부으며 점수 차를 벌렸다. 3점슛 5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키는 등 폭발적인 중·장거리포로 삼성을 무너뜨렸다. 영양가도 만점.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기거나 삼성이 추격의 고삐를 당기려 할 때마다 허일영의 손을 떠난 공은 여지없이 림을 갈랐다.
경기가 끝난 뒤 직접 코트에 나서 마이크를 잡은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아 팬들에게 죄송하다. 또 저조한 플레이를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며 "오늘 이기긴 했으나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김승현, 이동준의 공백이 크지만 남은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SK는 안양 KT&G를 63대50으로 물리쳤고 원주 동부는 울산 모비스를 87대81로 제쳤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