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주세요!"
11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김진호(47)씨의 사무실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의 목소리. 사무실에 있던 김씨의 친구 이경준(48)씨가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먼저 한달음에 뛰어나갔다. 신발 신을 겨를도 없었다. 사무실 건물 입구로 들어서려는 찰나 이씨의 눈앞에 건장한 체격의 J(41)씨가 나타났다.
이씨는 J씨 외투 오른쪽 주머니에서 칼자루를 발견했다. 낌새를 느낀 J씨가 칼을 향해 손을 뻗는 찰나 이씨가 J씨를 향해 돌진했다. 먼저 J씨의 오른손을 꺾은 이씨는 이어 오른발 니킥을 날렸다. J씨가 쓰러졌다. 어릴 적부터 배운 태권도(4단) 덕을 톡톡히 봤다. 그 사이 김씨가 손을 보탰다. 이씨가 J씨를 벽으로 끌고 가 제압하는 사이 김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112 순찰 차량이 도착해 J씨에게 수갑을 채우고서야 이날의 소동은 끝이 났다.
J씨는 지난달 부산과 경남 양산에서 일어난 2건의 살인 사건 용의자. 이날도 흉기로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뺏고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씨는 "두렵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고 했다. 부지불식간에 범인을 제압하고 나서야 현실 판단이 됐단다. "긴 상의만 입은 채 추위에 벌벌 떠는 피해 여성이 연방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서야 현실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양말 한짝이 벗겨진 것도 모르고 잡았는데, 나중에 2명을 살해한 용의자라는 말에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씨가 도둑이나 강도와 싸워 붙잡은 건 이번이 벌써 4번째. 그는 "평소에도 불의를 보면 꼭 바로잡아야 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웃어넘겼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19일 이씨와 김씨의 공로를 인정, 표창을 수여하고 보상금 50만원씩을 지급했다. 설용숙 수성경찰서장은 "두 사람 덕분에 추가 살인사건도 예방하고 경찰력을 아낄 수 있었다"며 "이런 시민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치하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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