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은 미국 근대 문학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지만,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다. 국내에서 출판된 '모비딕'의 대부분은 일본어 번역판인 '백경'을 중역한 수준에 그친 것이어서 난해하고 지루한 작품으로 치부돼 왔다. 신간 '모비딕'은 실감 나는 일러스트가 삽입된 원작 소설의 완역판이다. 800여 페이지가 넘는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포경선과 선원들의 출항 준비, 당시 미국 최대 포경 항구의 거리 풍경, 포경선의 구조와 선실 배치, 선원의 지위와 종류, 포경의 기술과 해체 작업, 포경 장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포경에 관한 모든 것들이 한 컷 한 컷 그림을 통해 되살렸다. 책을 읽는 내내 바다 냄새와 고래로부터 나오는 경뇌유, 용연향, 사향 등의 냄새가 몸에 배는 듯 착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모비딕'은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모험소설이자, 최고의 해양문학. 미스터리와 공포가 충만한 미국식 고딕소설이자, 뛰어난 상징주의,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모비딕'은 엄청난 축약을 거쳐 원작의 심오한 매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광기에 찬 에이하브 선장과 고래의 대결은 자연에 대항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독선을 떠올리게 한다. 820쪽, 4만8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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