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 차례상] 조기·돔배기는 필수…안동지역 문어 안빠져

우리 조상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따로 있는 것인가. 지역마다 독특한 차례상차림이 있다. 영남지방에 빠지지 않는 제수음식인 돔배기, 안동지방 필수품인 문어, 전국적으로 제사상에 올라가는 조기에 대해 알아본다.

◆ 돔배기

상어 고기를 소금에 절여 2, 3개월 숙성시켜 만든 '돔배기'는 경북지역 차례상에 꼭 올라가는 필수품이다. 돔배기는 '간을 친 토막 낸 상어고기'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로 구이와 산적 그리고 조림에 이용한다. 먼 옛날 동해안에서 잡은 상어를 옮기기 전에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발달한 갈무리법과 염장기술이 그 기원이다. 콜라겐과 펩타이드 성분이 많아 성인병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돔배기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양지기라고 불리는 귀상어와 모노라 불리는 청상아리. 귀상어는 살의 색이 검붉고 어두운 것이 특징이며 청상아리는 색이 밝으면서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돔배기가 주요 품목인 영천5일장에는 청상아리가, 경산 자인5일장에는 귀상어가 주를 이룬다.

자인수산 김종기 사장은 "냉동 가능한 돔배기는 미리 사서 냉동해뒀다가 사용하기 5일 전에 꺼내 해동하는 것이 좋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돔배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숙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구입한 돔배기를 씻지 않고 그대로 냉장실에서 여름엔 2, 3일, 겨울엔 5, 6일 숙성시킨 후 물에 씻어 물기를 살짝 말린다. 따라서 숙성 기간을 고려해 돔배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 문어

안동에선 제사뿐만 아니라 결혼, 각종 모임 등 큰일을 치를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문어다.

다른 음식은 부족하고 예의에 맞지 않는다 해도 문어만 있으면 '음식을 잘 차렸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안동에서 사랑받는 음식이다.

해안지방도 아닌 안동에서 산문어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예부터 안동에서 문어를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의 최고 음식으로 치는 것은 문어(文魚)의 문은 글월 문(文)자로 양반고기로 일컫기도 하며 안동사람들이 학문을 즐기고 숭상하는 정신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문어의 둥근 머리는 도의 원리를 알려주는 것으로 깨달음을 뜻하고 바다 깊은 곳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어 생활하는 습성은 안동 선비들이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던 겸양의 뜻을 담고 있다. 위급할 때 내뿜는 먹물은 글공부하는 선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으로 여겨져 안동사람들이 문어를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안동에서 유통되는 문어의 양은 연간 400여t. 살아있는 문어의 30%가 안동에서 거래된다. 문어를 취급하는 곳은 안동중앙신시장에 12개 업소가 몰려있고 구시장, 용상동 수협 등 모두 15곳에 이른다.

최근에는 타우린이 풍부한 웰빙음식으로 사랑받으면서 택배를 통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 조기

조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으로,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려지는 생선이다.

이 가운데 으뜸은 국내산 참조기. 참조기는 몸빛이 회색을 띤 황금색이며, 입이 불그스레하고 몸통 가운데 있는 옆줄이 다른 조기에 견주어 굵고 선명하다. 맛이 고소하고 육질이 단단해 인기가 많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참조기 대신 서민들이 즐겨 먹는 침조기는 서부 아프리카 기니와 대서양 해안 등지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크면서도 국내산 참조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중국산 부세조기보다 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

올해는 지난해와 가격이 비슷하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침조기는 마리당 1만~1만5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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