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교실] 말조개 속에 알을 낳는 납자루

대구시민의 젖줄인 금호강에 안심습지가 있다. 금호강의 중간에 자리 잡아 상류로부터 흘러내려 온 물을 모아 서식하는 생명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중·하류 쪽의 오염원을 제거해 주는 하천 생태계의 소중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생이가래, 연갈대, 버드나무 같은 습지식물과 쇠물닭, 물닭 등 다양한 생물체들이 살고 있다.

그 중 특이한 산란 습성을 가진 물고기가 있다. 물결의 흐름이 느리고 하천 바닥 뻘이 많은 곳에 포장마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물조개인 말조개가 산다. 말조개에는 사람의 입에 해당하는 입수공과 항문에 해당하는 출수공이란 두개의 구멍이 있다. 입수공으로 물과 음식물을 받아들여 음식물은 소화관으로 보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물은 아가미로 보내 호흡에 이용하며 출수공으로 내보낸다. 5, 6월쯤에 이 말조개를 잡아 껍질을 벌려보면 아가미 부근에 노랗고 길쭉하게 생긴 물고기의 알들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 어떻게 조개 속에 물고기의 알이 들어 있는 것일까?

민물조개 속에 알을 낳는 물고기 중에는 흔히 '납자루'라고 불리는 종류의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몸이 납작하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4종류가 있으며 금호강에는 줄납자루, 칼납자루, 납자루, 납지리, 큰납지리, 납지리, 각시붕어 등 7종이 발견돼 발표된 적이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은 각시붕어와 줄납자루 2종이다. 이 물고기들은 4월에서 6월까지가 산란기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들은 혼인색이라 하여 온몸을 예쁜 색으로 치장하고 입주위에는 추성이라고 하는 작은 돌기로 웅장함을 보인다. 암컷은 뒷지느러미 바로 앞에 산란관이 있어 수컷과 쉽게 구분되고 이 기관을 통해 조개 속에 알을 낳는다.

4월이 되면 암컷 납자루는 산란관이 서서히 길어지고 그 주위로 아름다운 혼인색을 띠고 있는 수컷과의 구애 행동이 진행된다. 수컷은 주둥이로 암컷의 몸을 부딪치며 산란관이 길어진 암컷을 조개 주위로 유인한다. 암컷은 정확하게 조개의 출수공을 찾아 알을 낳는다. 입수공에 알을 낳으면 조개가 먹이로 잘못 인식해 소화관으로 넘기기 때문이다. 출수공에 알을 낳으면 알을 보호하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어린 새끼를 키우는 장점이 있다. 그 뒤로 수컷이 정액을 사정해 수정이 이루어진다.

어떤 과학 책자에 보면 조개와 납자루는 '편리공생' 한다고 나온다. 다시 말해 납자루와 조개 가운데 납자루만 득을 보고 조개는 득도 실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납자루가 산란하기 위해 가까이 왔을 때 조개는 갓 부화한 자신의 새끼들을 출수공으로 내보내 물고기의 몸 표면에 붙인다. 조개는 많이 이동하지 못하는 동물이므로 새끼를 물고기의 몸에 붙임으로써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납자루의 새끼를 키워주는 대신 조개는 자손을 멀리 퍼뜨릴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물고기를 판매하는 수족관에 간 적이 있다. 한국고유종인 각시붕어가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다. 열대어가 아닌 우리나라 민물고기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수족관에서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안심습지에서는 납자루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천 바닥에 말조개가 거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납자루 떼가 즐겁게 노는 환경으로 하루속히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용호 (대구동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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