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은 날이요
무명씨
오늘도 좋은 날이요 이곳도 좋은 곳이
좋은 날 좋은 곳에 좋은 사람 만나 있어
좋은 술 좋은 안주에 좋이 놂이 좋아라.
작자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창작 연대도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좋은' 이라는 낱말 하나를 여기 놓고 저기 놓아 한 수의 시조를 만들어낸 작가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아홉 번이나 나오는 '좋다' 라는 말에, 하나 더 보태어 열 개를 채우며 그야말로 '좋다' 하여 더 좋아지고 싶다.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술, 좋은 안주에 좋게 노는 것이 좋다고 풀이할 수 있는데,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니 어떻다는 육하원칙에 따른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며 정말 이런 날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한편으론 이 작품을 역설의 기법으로 읽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좋기만 한데 그걸 억지로 역설로 읽어 다른 의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 나쁜 것이 될 것 같다.
이 작품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작품이 억지를 부려 아주 부자연스럽거나 지나치게 꾸며낸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이 얼마나 편안한가. 그리고 좋지 않은 날이라도 이 시조를 자꾸 읽다 보면 그야말로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삶에는 안타깝게도 좋은 것보다는 나쁘거나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좋고 나쁜 것이 우리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좋게 보려는 노력을 해야 좋아지지 않겠는가. 누구나 늘 좋은 것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것을 우리는 꿈, 또는 희망이란 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좋은 것만을 좋아하다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 2월 13일은 한국인 모두에게 대체로 좋은 날일 것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설 전날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반가운 사람들 만나서 좋은 음식을 나누며 좋은 이야기로 좋은 밤을 새워도 좋은 날이리라. 설빔을 차려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누구라도 만나 덕담을 나누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날이 되리라.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