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대통령, 박 前대표에 화해 메시지…'강도론' 진정 국면

李대통령 "당내문제 설 넘기지 마라"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격돌은 지난달 27일 정부가 세종시 관련법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 한층 격화되기 시작했다. 양측의 설전은 감정까지 섞이면서 발전하다가 이른바 '강도 논란'으로 최대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12일 "설이 됐는데 당내 문제를 신년까지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수정론 vs 엉뚱한 발상

지난해 11월 초 이명박 대통령은 정운찬 국무총리의 주례 보고 자리에서 "세종시 대안은 원안보다는 실효적인 측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11월 말에는 수정안 추진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박 전 대표를 초청, 대화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회동 직후 "할 말은 다했다. (세종시 원안+α가 옳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지난달 7일 매일신문이 주최한 재경대구경북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원안이 배제된 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20일 대구경북 시도민행사에서도 "이미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고 당내 토론을 통한 당론화에도 반대했다.

지난달 12일 의원회관에서 박 전 대표는 "(수정안은)원안은 다 빠지고 플러스알파만 한 게 돼서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것"이라며 "대국민 약속을 지키자고 한 것을 제왕적이라고 한다면 저는 제왕적이라는 이야기를 백번이라도 더 듣겠다"고 비판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27일 세종시 관련법 입법예고 이후에는 원안 의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2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정 총리의 수정안 찬성 발언이 이어졌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시작했다. 박 전 대표를 청와대와 국무총리, 정 대표가 삼각 협공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강도론'으로 정점

강도론은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충북도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는 발언이 시초였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했던 강도론이 다시 언급되자 친박 측은 발끈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작심한 듯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그러자 청와대는 "세계 경제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추가로 유럽발(發)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내부 갈등을 일으키거나 정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며 이 대통령의 강도론을 설명했다. 이에 박 전 대표 측도 '집안 강도론'과 관련, "원론적 언급이고 특정인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양측의 온건 기류로 논란은 소강 상태가 됐으나 11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서면서 또다시 격화됐다. 집안 강도론이 이 대통령을 강도로 표현한 것으로 보고 더 인내할 수 없다는 듯 "'박근혜 의원'의 적절한 해명과 그에 따른 공식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홍보수석이 '박근혜 의원'이라고 호칭한 데 대해 발끈하며 홍보수석 경질을 언급했다. 전면전으로 감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화해 기류

양측의 충돌은 12일 이 대통령의 진화로 다소 숙질 전망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는데 여당이 싸우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뜻에서다.

박 전 대표나 친박 측은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잘못 이해하고 한 이야기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대목에 주목, 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인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은 "강도론은 문제의 본질과 아무 상관없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양측의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이로써 강도론 논란은 진화 국면이나 세종시 수정안 논란 자체가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개인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라 한 것은 '세종시 수정안 당론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친박계는 '당론화'에 대해 반대한다. 정해 놓은 당론화 수순이라면 토론 자체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마음이 안 맞아도 토론을 해서 결론이 나면 따라가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지만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친이-친박 갈등은 설을 맞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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