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로봇은 더 이상 만화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편리한 생활을 도와주고 있는 로봇은 이미 산업용은 물론 소방방재용, 의료용 로봇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로봇에 대한 생각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인들은 '터미네이터'와 '로보캅'을 떠올린다. 인간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인간 보조 로봇이다. 그래서 가정용 청소 로봇이나 외과수술 로봇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아톰'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과 가장 닮은 로봇인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고 기술력 역시 가장 발달돼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은 조금은 투박하다. 자동차 공장 등 생산현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을 중시한다. 튼튼하고 정교한 로봇 팔 메커니즘 기술이나 정밀한 센서 등의 부품소재 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는 이유다.
최근 들어 정부가 나서서 로봇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산업용, 소방방재용, 의료용, 서비스용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기술개발과 활용의 장을 넓히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 교육영역은 짧은 로봇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한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교육용 로봇의 메카 (주)알코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장난감 '레고'(LEGO)가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은 흔한 일일 터이다. '레고'는 덴마크의 가족기업인 레고 그룹에서 생산하는 장난감으로, 최근엔 레고로봇으로까지 발전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난감이다.
이 레고를 원산지인 덴마크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다. 그것도 대구에 본사를 두고 전국 140여곳에 지사망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육용 로봇기업이다.
대구 북구 구암동에 자리한 ㈜알코(회장 박종웅·대표이사 최계희)가 '레고'의 우리나라 독점판매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 레고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공동으로 개발한 레고 교육제품을 토대로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의 창의성 및 집중력을 높여주는 교육을 하는 레고교육센터(LEC)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업체가 대구에 세웠다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알코의 레고스쿨은 레고 본사가 계획했던 시기보다 10여년이나 앞당긴 것인데다 독창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으로 인해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싱가포르는 물론 레고 본고장인 덴마크에서까지 벤치마킹해갔을 정도다.
㈜알코 최계희 대표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 맞도록 100여종의 교재 및 콘텐츠를 직접 개발해 레고 본사의 레고 학습법과 결합시켜 한국식 레고교육센터 시스템을 갖추었다"며 "전국 144개 지사에서 수천명의 수강생들이 레고를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교육용 키트를 실습장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시장으로 도약한다
알코는 2001년 9월 1일 설립됐다. 그동안 레고를 활용한 교재 및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 주력, 단기간에 '히트'를 쳤던 알코는 최근 교육용 로봇시장을 타깃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컨트롤러와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생산을 통해 레고와 로봇을 결합한 교육용 로봇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알코는 2007년 본사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10명의 연구원이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또 이듬해에는 경기도 안산의 경기테크노파크 내에 로봇 및 컨트롤러 생산을 위한 공장을 세웠다.
알코 박종웅 회장은 "아이들에게는 이미 친숙해진 레고를 활용한 로봇을 통해 사람들에게 로봇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또 레고로봇은 쉽게 조립하거나 분해가 가능해 좋은 틈새 시장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로봇의 대중화를 위해 알코는 로봇을 통한 문화콘텐츠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2003년부터 포스텍과 함께 전국창작지능로봇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게다가 알코는 세계로봇올림피아드(WRO) 한국대회를 주관해오다 지난해에는 경상북도와 함께 세계 최대의 로봇경진대회인 'WRO 세계대회'를 포항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또 FLL(First Lego League)를 매년 열어 로봇교육 활성화와 과학영재 발굴을 통한 로봇시장으로의 진출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현재 60여명의 직원이 있는 알코는 지난해 50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로봇사업이라는 신(新)시장 공략을 통해 매출액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에 1천억원 매출을 위해 뛰고 있다.
◆로봇산업에 지원과 관심을…
지난달 21일 정부는 우리나라 로봇산업 정책 수립과 기업 지원 등 예산을 집행할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대구에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알코 박종웅 회장은 국가 로봇산업의 메카로 대구가 선택된 것에 대해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알코 등 지역에서 로봇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로봇기업들이 한층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지역의 로봇산업에 대한 인식은 물론 지원이 여전히 빈약하다고 했다. 그는 "대구의 선도산업이 지능형로봇인데다 로봇산업진흥원까지 유치했는데 지원 기관들의 관심은 여전히 적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냈다.
"내달쯤 칠곡에 있는 기업부설연구소를 대구테크노파크 경북대센터 내로 이전할 계획이에요. 또 가능하다면 안산에 있는 로봇 생산공장도 고향으로 옮길 생각이지요. 하지만 기업하는 사람이 애향심만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없지요. 서울이나 경기도, 인천만 하더라도 대접이 다릅니다. 대구경북은 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조차 만들어주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박 회장은 25일 오후 시내 한 한식당에 지역 로봇기업 10여곳의 대표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로봇 관련 대구시 공무원과 학계 전문가도 불렀다. "지역 로봇기업들의 첫 모임입니다. 대구경북 로봇산업 활성화에 대해 의견을 모을 생각이에요. 우리나라 로봇산업 정책을 이끌 로봇산업진흥원이 왔는데 지역의 로봇 인프라가 빈약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는 "알코의 로봇사업은 물론 지역 로봇산업이 활성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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