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일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25일까지 가장 근소한 차로 시상대 맨 위에 선 선수는 누굴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21'한국체대) 선수라고 보도했다.
종목별 금메달 주인공들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선수는 1, 2차 합계 76초 09로 2위 예니 볼프(독일)를 0.05초 차로 제쳐 가장 짜릿한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 선수는 1차 레이스에서 볼프를 0.06초 차로 눌렀고, 2차 레이스에선 볼프에 0.01초 뒤졌다. 그러나 합계 기록에서 0.05초 앞서 '머리카락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했으니 다행이지, 거꾸로 0.05초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그 아쉬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 당시 방송 화면을 통해 은메달리스트 23명과 동메달리스트 18명의 게임 종료 순간 표정을 분석했다. 아울러 시상대에 오른 은메달리스트 20명과 동메달리스트 15명의 시상식 장면도 살폈다.
분석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은 환호한 반면, 은메달리스트들은 비통에 보다 가까웠다. 시상대에서도 이들의 감정 표현은 바뀌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도 동메달리스트들은 만족감을 표시했으나 은메달리스트들은 아쉽다는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룬 은메달리스트가 왜 만족도에서 떨어질까. 객관적 성취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해 객관적 성취를 주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메달리스트들에게 가상의 성취는 금메달인 반면 동메달리스트들이 비교한 가상의 성취는 '노 메달'이다. 따라서 동메달의 주관적 가치가 은메달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금메달과 은메달리스트의 포상금 차이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금메달 위주로 된 포상 체계와 연금 정책을 바꾸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머리카락 차이'로 세계 2위에 오르기가 어디 쉬운가. 은메달리스트가 흘린 땀과 눈물도 금메달리스트 못지않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패자(敗者)도 기억하는 세상이 '더불어 사는 사회'일 게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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