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 가면 거대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다. 높이 6m, 폭 4.5m에 이르는 마오 주석의 초상화는 '신중국'의 상징이자 중국이 덮어두고 있는 '불편한 진실'의 가림막이다.
그는 신중국을 건설했지만 문화대혁명의 실패 등 과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구 소련에서의 '스탈린 격하운동'을 따르지 않고 천안문광장 성루에 마오 주석 초상화를 모셔놓고 영원한 인민의 주석으로 만들었다.
살다 보면 중국처럼 곤혹스러운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고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앓이를 한다. 설마설마 했던 일이 명명백백하게 만천하에 알려지고 나서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망연자실해하기도 한다.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주변관계가 복잡해지고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불편한 상황들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각 당의 공천잡음을 곰곰이 따져보면 당사자들로서는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앙당은 특정후보를 내정해 놓고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 경쟁후보를 탈락시키고 시도당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뜻을 그대로 반영, 공심위의 결정이라고 내놓는다. 속사정은 당사자들만 안다고 치부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재판도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었다. 일국의 총리를 지낸 지도층 인사와 일개 장사꾼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제 누구의 말도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됐다.
30년간 한국특파원으로 활동한 도널드 커크 전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달 15일 한 특강에서 "9'11테러가 미국인들에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했던 것처럼 천안함 사건은 한국인들에게 서해를 포함한 남북 경계에서의 전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9'11은 미국인들을 무기력함에서 흔들어 깨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등 미국 역사의 전환점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에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 같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우리에게 북한은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형제다. 당장 통일이 되지는 않더라도 북한이 우리 경제와 생활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때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남북 간에 첨예한 군사적 긴장관계가 조성되면 우리는 모든 면에서 불편해진다.
애써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에 우리는 점점 다가서고 있다. 외면하고 싶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우리 사회의 대응방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았다. 종전(終戰)이 아니라 휴전(休戰)상태가 60년이나 이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커크 전 기자의 말대로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미국인들의 9'11 사건처럼 기억되어야 하는 테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가해졌는데도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줬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도 서울이 폭격을 당해도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면서 눈치를 보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용기를 갖고 불편한 진실에 마주서야 할 때다.
서명수 서울정치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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