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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35)] 뉴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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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뉴욕행

딸년은 제 사촌들과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슬슬 이 땅 떠나 이륙하고

손바닥만 한 창으로 엄마! 아빠!

소리치며 빠이빠이 하고

새끼들 얼굴 창에 비칠 때마다

'오냐 잘 댕겨온나' '편지해라'

같이 소리지르며 손 흔들어대는데

한 바퀴 돌 때마다

열심히 고개 내밀고 에미 애비 찾아쌓는

그것들 보니

하이고야, 제법 그럴듯하게

코 찡하고 가슴 써늘하더라

그러나 슬며시 겁나더라야

부산행 서울행보다

뉴욕행 빠리행 타겠다고 떼쓰는 저것들

나중에 정말 뉴욕행 빠리행 해가지고

오도 가도 안하면

그때 심정 어쩔까나

어디다 말도 못하고 걱정되더라

부산 금강공원

500원짜리 뺑뺑이 비행기에

딸년은 실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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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이 이렇게 빠르고 겁나게 변할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대학 진학을 서울로만 가도 동네 경사였던 때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어느새 외국 유학이니 해외여행이 다반사가 되었고, 어학연수쯤은 유치원생도 쉽게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아들딸들이 결혼해서 분가/출가를 하면 겪는 "코 찡하고 가슴 써늘"한 부모 심정을 요즘은 국제공항에서 일찌감치 맛보게 된다. 그렇거나 말거나 딸년은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신이 났다. 에미애비도 새끼들이 "나중에 오도 가도 안"할지 모를 "슬며시 겁나"는 심정을 감추고 "잘 댕겨"오라고 장단을 맞춘다. 아버지는 보디가드처럼 혹여 갑자기 비행기가 고장이 나서 허공에 멈출까봐 노심초사이다. 놀이공원에서 "500원짜리 뺑뺑이 비행기"를 탔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아버지가 울 뻔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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