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가와 감상자의 간극 좁혀주는게 전시 기획자"

11년간 독립큐레이터 활동 김옥렬씨

김옥렬 아트스페이스 펄 대표(오른쪽)가 전시 중인 작가 김건예씨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옥렬 아트스페이스 펄 대표(오른쪽)가 전시 중인 작가 김건예씨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에 화랑은 100여개에 이를 만큼 많다. 지난해 9월,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펄이 하나 더 개관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여느 상업 화랑과는 다르다. 지역에서 독립큐레이터로 11년간 활동해온 김옥렬 큐레이터가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문을 연 공간이다. '상업화랑과 대안공간의 중간지대'를 자처하는 이 공간이 미술계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전시 기획은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에요. 작가와 감상자의 연결고리라고 할까요.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사람이 바로 기획자죠."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 펄 대표는 큐레이터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독립큐레이터'란 직함을 내걸고 11년간 활동해왔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석·박사 과정에서 미학을 공부하면서 '이론을 현장에서 실천하겠다'고 결심한 김 디렉터가 선택했던 직함이다.

그가 생각하는 '기획'은 단순히 작가의 최근작을 모아서 전시장에 거는 작업이 아니다. 작가와 워크숍을 통해 작업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비평가, 작가, 큐레이터가 함께 고민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생산자로서 작가의 작업을 밀도있고 완성감 있게 돕는 것이 바로 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단언한다. 작가에게 작품의 고유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큐레이터 역시 기획전시에 자신의 색깔이 실려 있어야 한다는 것. 김 대표가 '가장 적극적인 비평은 기획'이라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아트스페이스 펄의 기획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큐레이터가 운영하는 지역 유일한 화랑이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인기작이 작품성과 결코 비례하지 않거든요. 요즘 '줄 서는 전시'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술품 가격이 오히려 대중을 미술과 멀어지게 하고 있어요. 내용은 참신하고 실험적이되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죠."

아트스페이스 펄은 김 대표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아트매니저 정지연, 큐레이터 정명주 등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아트스페이스 펄은 이들이 각자 벌어오는 돈으로 운영된다. 그야말로 미술계의 독립군인 셈이다.

개관 전'에피소드'전, 아직도 회화가 유효한지를 성찰하는'회화의 정체성'전, 젊은 작가의 실험성을 보여준 신진작가 육성 프로젝트 영프로전 등을 진행했으며 6월에는 청주창작스튜디오 작가 네트워크, 7, 8월엔 사진작가 육성 프로젝트 영프로전 2기 등이 열린다.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현대미술 강좌 등도 펼칠 계획이다.

"미술이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더 이상 소비적이지 않고 생산적으로 바뀌어야 하죠. 문화 생산자로서 큐레이터의 역할을 자각하고 풍성한 미술 토양을 만들어갈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