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날마다 좋은 날

인도 최대의 통일제국을 건설한 아쇼카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한 뒤 잔혹한 정복의 왕에서 '법의 대왕' '자비의 왕'으로 변신했다.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동물들을 위한 병원과 시설을 짓고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와 존중의 정신을 인도 전역에 전파했다. 인도 곳곳에 탑을 세우고 부처님의 사리를 나눠 불교의 가르침과 정신을 알렸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리고 실천하느라 나라의 곳간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아쇼카 왕은 처음부터 자비로운 왕은 아니었다. 정복 전쟁은 물론 초기 집권 과정에서 인도의 강을 피로 얼룩지게 한 왕이었다. 아쇼카 왕의 변신 원인을 그 자신의 출생 신분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천민의 피를 이어받은 그에게 만민 평등의 불교는 안성맞춤이었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어쨌든 아쇼카는 생명에의 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관용과 포용의 정책으로 실천한 왕이었다.

오늘은 다시 부처님 오신 날이다. 사찰마다 등불이 밝혀지고 1년 365일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찰로 몰린다.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을 파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종정 시절 성철 스님의 초파일 법어 중 일부다. 고승대덕의 높은 뜻을 알 수야 없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같지 않고 가진 게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모두가 부처라는 말인 듯하다.

불교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부귀영화 귀천이 무상하다고 가르친다. 고통과 슬픔의 인생에서 집착을 벗어나라고 한다. 더 많이 가지려고 더 높이 날려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집착에 매달리는 대신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며 소통하라고 말한다.

운문 스님이 대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름달 이전의 날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대신 보름달 이후에 관해서 말해보라.' 대중들이 아무런 말을 않자 운문이 스스로 답했다.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 보름달이란 깨달음을 말하고 깨달은 사람은 자유롭다는 말이다. 어제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후보들은 저마다 서로 잘났다고 다툰다. 민주주의의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나도 잘났지만 너도 나 못지않다는 소통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실천에서 더욱 소중한 정신이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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