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시조 들여다보기] 사랑이 어떻더니

사랑이 어떻더니

무명씨

사랑이 어떻더니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자르더냐 밟고 남아 자힐러냐

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끝간 데를 몰라라.

작자가 분명하지 않은 시조다. 『병와가곡집』에는 이명한(李明漢)으로 나와 있고, 『청구영언』 가람본에는 송이(松伊)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청구영언』 진본엔 무명씨로 표기되고, 종장도 '지멸이 긴 줄은 모르되 애 그츨만 하더라'로 다르게 실려 있다. 그 외 다른 가집에도 이 작품이 수록된 것을 보면 널리 알려졌던 시조였다.

현대어로 풀면 '사랑이 어떠하더냐, 둥글더냐, 모가 나더냐/길더냐, 짧더냐, 밟고 남아 자로 재겠더냐/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그 끝 간 데를 모르겠더라'로 풀 수 있다. 『청구영언』 진본에 실린 종장은 '사랑하는 동안은 지루한 줄 모르되 남의 창자를 끊일 만하더라'로 풀 수 있겠다.

초장과 중장이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고, 종장은 그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사랑이 어떠하냐고 묻는 것이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토로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종장에서 그 답이 사랑에 빠져 있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긴 줄은 모르겠고 그 끝 간 데를 모르겠다고 한 것, 참 감칠맛이 난다.

어느 시대건 '사랑'은 중요한 화두였다. 사랑을 하다 보면 사랑에 빠져 정말 사랑이 무엇인가 알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랑이 '둥글더냐' '모나더냐'고 물은 것은 원만하더냐, 시쳇말로 까칠하더냐 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속성을 가진 것이고, 길더냐, 짧더냐는 오래 사랑할 수 있더냐, 아니더냐의 물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상적인 사랑은 둥글고 길어야 한다는 말일 수 있다. 둥글어야 그 끝을 알 수 없고, 둥글둥글 돌고 돌아야 길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랑을 도형으로 그리라고 한다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둥글게 그리는 사람, 모나게 그리는 사람, 또 길게 그리는 사람, 짧게 그리는 사람 등등….

내가 사랑을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까? 둥글까, 모가 날까. 이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 보고 실제 사랑을 한번 그려보길 권한다. 내가 그린 사랑이 모 나면 깎고, 짧으면 길게 이을 일이다.

문무학 (대구예총회장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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