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유수의 건설회사에서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관계자로부터 '대구는 외지회사들의 무덤이고 대구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기 싫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구가 생업의 터전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남 탓하기에 앞서 좋았던 시절의 대구 모습을 곰곰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문시장이 번성하고 동성로에 젊은이들이 넘치며 터미널과 역마다 사람들로 붐볐을 때 대구는 경북과 북부경남의 맹주로서 유통, 교육, 의료, 문화 등의 분야에서 도시의 매력을 발산하던 때였다.
사람이나 도시나 무언가 매력이 있을 때 사람들이 모여든다. 환경이 많이 변했지만 대구의 미래를 대구만의 매력을 가꾸는 데서 찾아보면 어떨까. 돈벌이 기회를 도시의 매력 요소로 보면 더 이상 서울 쪽을 이기기 어렵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이미 나라 전체 인구와 총생산의 50%, 서비스의 60%, 신규 일자리의 70%를 독점한다. 그러나 '사람 살 만한 곳'으로 기준을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애들 키우기 가장 좋은 곳, 아플 때 가장 대접받는 곳,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가장 친절한 곳, 기업가를 가장 우대하는 곳, 공무원들이 가장 친절하고 솔선수범하는 곳, 물가와 주거비가 가장 저렴한 곳, 자연재해가 적고 자연환경이 가장 잘 보전된 곳 등등. 소위 사람 살 만한 곳의 매력요소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대구는 서울에 꿀릴 것이 없다.
부족한 부분도 우리 스스로를 정확히 알고 노력하면 충분히 갖출 수 있는 것들이다. 오지 않겠다는 공장을 억지로 끌고 오지 않아도 우리가 살 만한 매력을 갖춘 도시를 만들어 놓고 적극적으로 알리면 외국인과 타 도시 사람과 기업 본사와 연구소들이 제 발로 몰려올 것이다. 어디에서 일하든 무슨 상관인가, 사는 곳이 대구면 될 것 아닌가.
11월 KTX 2단계가 개통되면 서울까지 1시간 35분, 부산까지 40분, 울산까지 25분, 대전까지 40분이다. 직주근접도(職住近接度)와 출퇴근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도시가 가지는 소프트한 매력과 개방성과 유연성과 투명성의 정도가 더 중요한 거주지 선택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끼리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과 외지인들이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고 젊은이들과 사업가들이 마음껏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누가 대구를 떠날 것이며 누가 대구를 외면하겠는가.
싱가포르와 홍콩이 원래부터 살기 좋아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은 아닐 것이고 대구가 일부러 살기 나쁜 곳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들 하나하나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사람 살 만한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꾸준히 노력했느냐의 결과일 뿐이다.
최동욱<㈜대경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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