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방아(곽향)

위장을 건강하게 하고 소화를 좋게 하여 속을 편안하게 하는 효능

강태공들에겐 요즘 같은 계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미리 준비해간 양념과 함께 매운탕으로 끓여 소주 한잔을 들이키면 이태백도 부럽지 않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방아잎을 넣어 끊인 매운탕의 맛도 별미다. 대구경북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경남이나 호남에서는 방아가 매운탕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식재료다. 방아는 산비탈 또는 집 주변, 길가 등 어디서든 잘 자란다. 꽃이 피기 전에는 볼품이 없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한곳에 무리지어 땅을 가득 덮은 군락지는 경우가 다르다. 녹색의 잎과 줄기로 뒤덮인 곳을 보라색 꽃이 장식한 풍경을 보면 "와, 무슨 꽃인데 저리 예쁘냐"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방아는 다른 꽃에 비해 개화기간이 길어 늦여름인 7~9월께 보랏빛 꽃을 피운다. 봄여름에 채취한 어린 싹과 잎은 향이 독특해 물고기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가 있어 매운탕이나 추어탕에 이용되며, 들깻잎처럼 쌈 또는 나물로 데쳐서 먹거나 부침개 등에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아는 한약재명이 곽향(藿香)으로 불리며 강한 향기를 풍기는 방향성 식물로 차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국내산은 배초향(排草香) 또는 토곽향(土藿香)이라 하고 중국의 광동지방 등에서 생산되는 것을 광곽향(廣藿香)이라 한다. 뿌리를 제외한 지상부를 6, 7월에 채취해 말려서 약재로 이용한다.

한의학적으로 곽향은 맛이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여 소화기계통의 기능을 항진시키고, 방향성이 있어 발한시키는 작용이 있다. 위장을 건강하게 하고 소화를 좋게 하여 속을 편안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식욕부진,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 소화기 질환에 활용한다. 그리고 방향휘발성 발산제로서 두통, 발열 등 감기 증상에 많이 쓰인다. 특히 찬 것을 많이 먹어 소화기가 좋지 않으면서 습한 사기(邪氣)로 인한 여름철 감기 증상에 효과가 좋다.

최근 연구에서 곽향의 추출물과 플라보노이드성분인 틸리아닌(tilianin)이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고 혈관의 만성 염증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동맥경화가 현저히 개선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기존 동맥경화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타틴(statin)계 약물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지 않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에서는 또 곽향이 인체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며, 향후 치매와 중풍 등 뇌질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약리학적으로도 곽향의 추출물은 코감기의 주범인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와 여름철 유행 감기라 할 수 있는 콕사키 바이러스(coxsackie virus)에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곽향은 방향성이 강하고 기를 소통시키면서 발한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기가 허약한 체질의 경우 오랫동안 복용하면 좋지 않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