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대생 피살' 총체적 부실수사

용의자 범행 일주일전 여성납치 시도, 경찰 단순 폭력사건 보고

24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붙잡힌 여대생 L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가 범행 일주일 전에도 여성 납치를 시도했지만 단순 폭력사건으로 보고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총체적 수사부실이 L씨의 희생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과 피의자 K씨에 따르면 K씨는 L씨 납치 7일 전인 이달 16일 오전 3시쯤 같은 동네 한 아파트 후문 부근에서 길가던 P(26·여)씨를 납치하려 했다는 것. K씨는 P씨를 뒤에서 차로 들이받고 쓰러진 P씨를 폭행한 뒤 강제로 자신의 차에 태웠다가 P씨가 차문을 열고 탈출하는 바람에 납치에 실패했다.

경찰은 K씨의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얼마 전 수성구 지역에서 여자를 납치하려다 놓친 적이 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피해자 P씨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K씨의 납치 미수는 지구대에서 단순 폭력사건으로 보고돼, 정확한 사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K씨는 비슷한 장소에서 L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경찰은 "P씨가 술에 취해 단순 폭력 사건으로 생각했다"며 "당시 정황으로 납치 미수나 추가 범행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K씨는 또 이달 17일 오후 10시쯤 달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B(56·여)씨의 SM5 차량 등 2개의 차량 번호판을 떼어내 달아났다. 훔친 번호판은 23일 L씨 납치사건에 사용됐다. K씨는 19일에도 달서구 일대 슈퍼마켓 등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등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이 K씨의 지속적인 범죄로 이어졌다.

경찰은 또 L씨 납치 이후에도 검문도중 대구시내에서 도주하는 K씨를 놓쳤고 외곽도로 거점 지역에 대한 검문 검색을 소홀히 해 L씨를 숨지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한편 25일 경찰 부검 결과 L씨의 사인은 경부(목) 압박 질식사로 나타났으며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또 피의자 심리 상태가 불안해 28일로 예정된 현장검증을 잠정 연기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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