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경북 경쟁력 '컨버전스'에서 찾아야

과거 우리는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이를 홍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번 월드컵이 "다인종 시대의 승리"라고 말했다. 자국 대표팀 23명 중 절반인 11명이 외국 출신으로서 성과를 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은 음식도 '퓨전'(Fusion)이, 상품도 '하이브리드'(Hybrid)가 대세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것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컨버전스'(융합'Convergence)가 있다. 컨버전스는 비빔밥 같이 각각의 음식재료가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맛을 창조하거나 국악기로 외국곡을 연주해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강 상류의 두 갈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도 비유된다.

컨버전스가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정보통신(IT)이다. 정보통신기술은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로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 음성과 데이터 등 IT간 융합, IT와 자동차'조선 등 이종 산업과의 융합, 나아가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와의 융합, 교육'의료'레저 등 일상 생활과의 융합으로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400만 대 이상 보급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도 단말기'소프트웨어'콘텐츠 등 서로 다른 영역에 있던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존의 휴대전화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컨버전스는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대구 호산고등학교는 2009년에 설립된 신설 고교이지만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IPTV를 수업의 보조재료로 활용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여 올해 2월 대구시교육청 지정 학력 향상 우수학교로 지정됐다. 경북 군위의 한 버섯 농장에서는 버섯 재배에 중요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할 경우 휴대폰으로 관련 정보를 전송해 버섯 재배를 하고, 성주의 참외 농장에도 IT가 도입됐다. 경주보건소는 IT기술을 활용해 당뇨 환자 306명과 고혈압 환자 118명을 원격 관리, 환자의 혈당'혈압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게 나온 경우 환자에게 식사 내용과 운동량을 확인하고 개선 요령을 상담해준다.

최근 외국에서는 섬유에 IT가 결합한 '스마트 섬유' 열풍이 불고 있다.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해서 다이어트를 돕는 섬유, 위치 추적을 통해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주는 섬유,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인 MP3를 들을 수 있는 섬유 등 섬유에 지능을 결합한 것들이다. 섬유산업의 메카인 대구경북에서도 이미 이러한 흐름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컨버전스(융합)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컨버전스는 이미 사회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남보다 먼저 대처할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7월 1일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구경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행정기관도 새롭게 출범했다. 이번에 출범한 행정, 교육기관이 가장 우선에 두어야 할 사항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 단체장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단연 컨버전스다. 섬유'교육'문화 등 대구경북이 자랑하는 산업과 농업까지 컨버전스가 접목될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고령의 대가야 문화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사업의 낙동강 칠곡보까지도 IT가 접목돼야 한다.

컨버전스는 단순히 정보통신기술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통찰력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과거의 고정 관념을 떨쳐 버리고 기존 서비스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의 개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또 정보기술 활용을 통한 효율성 제고방안을 찾아야 한다. 컨버전스가 지향하는 창의적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선 조직 체계도 각 분야 전문가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석호익 KT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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