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은 요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시장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선거 전만 해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기에 더 신명 나게 일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4년 전만 해도 관료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유연하게 대민 관계를 끌고 가는 것을 볼 때 정치인으로도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 든다. 대구를 이끌어가는 수장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내심 걱정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김 시장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지난 4년간 범해온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김 시장은 성격이 부드럽고 인정도 많다. 인간적으로 그리 모나지 않은 분이다. 그렇기에 김 시장의 실수는 그 성격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人事) 스타일이다. 아무리 잘못하는 고위 공무원이더라도 그냥 맡기고 눈감아주고 있으니 대구의 우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사석에서 김 시장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대구시 고위 간부들의 능력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자는 김 시장의 인사 스타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지만 인사권자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김 시장은 "정말 쓸 사람이 없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수준 이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기자의 인식과 별 차이가 없었기에 반가웠다. 그래서 "무능력한 인사를 계속 쓰실 겁니까?"라고 더 캐물었다. 김 시장은 "공무원인데 (쫓아낼 수도 없고) 어쩔 도리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과단성 있는 말이 나오길 바란 건 아니지만, 그 답변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김 시장의 부드러운 성격을 반영한 말이지만, 대구시장이 공무원끼리만 통하는 동류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오직 시민들만 바라보고 사람을 쓸 수는 없을까.
사실 김 시장의 온정적인 인사로 인해 대구시청뿐만 아니라 대구시 관련 조직에 문제 있는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특정 학교를 나오고 김 시장과 잘 알고 있는 사이여서 중용됐다고는 하지만 이런저런 말썽을 부려 구설에 오르고 있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의 고위직에 있는 한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직원들을 턱 아래로 부리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해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은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치자. 대구 출신임에도 지역 인사들과의 교류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이고 서울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구식 관료의 재림(再臨)'이라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그렇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못한 것 같으니 김 시장의 인사 방식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년여 남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시민들의 가슴에 와 닿는 정책이 거의 보이지 않아 더욱 걱정스럽다.
김 시장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버스 준공영제, 신교통카드, 자전거 전용도로 같은 문제는 시민들의 생활과 연관이 많지만 반대론자나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 때문에 계속 표류하고 있다. 예전처럼 반대 그룹의 입장을 일일이 배려하다가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4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펴려면 반대론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명쾌하게 결단을 내리는 방법밖에 없다.
원래 재선한 단체장이 가장 많은 의욕을 보이기 마련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지자체의 사정을 어느 정도 꿰뚫게 되고 자신감도 붙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 시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무쪼록 김 시장이 4년간 시정을 이끌고 가는 데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시장이 행복하면 시민들도 행복해질 것이 아닌가.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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