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 80대 남자 세 사람이 찜질방에서 만났는데 모두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마누라한테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60대 남자는 마누라에게 '점심 차려 달라'고 했다가 맞았고, 70대 남자는 외출하는 마누라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가 맞았다. 기막힌 것은 80대다. 그는 '간밤에 잘 자고 일어나 아침에 눈을 떴다고 두들겨 패더라'고 했다. 간밤에 왜 안 죽고 또 깼느냐는 것이다.
책 '소야선생 사자성어 유머터치'는 지은이가 20여 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유머 중에서 시의적절한 유머, 임기응변의 위트로 자신의 식견과 경륜을 더욱 돋보이게 했던 유머들을 고르고 각색해 묶은 것이다. 시중의 일반 유머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스운 이야기, 성담(性談)이나 패설(悖說)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품격과 시사적인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인생이 엄숙하면 할수록 유머가 그만큼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로(一怒一老)' '웃음이 보약'이라는 말은 시대를 초월해 유효하다. 힘들고 엄숙한 순간일수록 한 토막 유머의 가치와 필요는 그만큼 커진다.
책은 매일신문 기자인 지은이가 '시사유머'라는 타이틀로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인데 지은이는 "힘들 때마다 우연처럼 유머를 가까이 접하게 됐고 아프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우스운 말을 더 자주 했다"며 "힘들 때,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것이 유머의 시린 내면 아니겠나"라고 했다.
책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금의 유머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엮어서 일관성 있게 풀어가고 있다. 목록별 주제어는 모두 '사자성어'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제목 속에도 또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견공천하, 남녀상박, 노인정담, 부부상잔, 불륜불패, 엄처시하…. 주제별 제목만 읽어도 웃음과 함께 세태가 그려진다. 315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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