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명리산책]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간혹 서울에 갈 일이 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먼저 부닥치는 사람은 역 광장에 죽치고 앉은 노숙자들이다. 겁이 나기도 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 사람들은 뭘 했던 사람들이고, 지금은 뭘 생각하고 살고 있으며,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세상을 원망하며 살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살고 있을까. 저마다 세상 사는 가치관이 독특하기에 굳이 참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다는 동질감으로 그냥 지나치기도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담배 한 갑 건네주며 서로를 응시할 기회도 있다.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에, 멸시하는 눈초리로 째려보는 사람도 있다. 내 마음이겠지만 그렇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담배 한 갑, 소주 한 병으로 만족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뭘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잘할 수 있는 일은 또 뭘까.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이 찾는 게 우선이겠지만,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듯이 사회가 그들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 재미까지 가미되기 때문이다. 복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가 이끄는 대로, 아니면 시험 성적에 따라 진로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아간다.

사주에서 흔히 말하는 적성 찾기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연히 발견될 수도 있지만 평생을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반면 마음 끌리는 대로 선택하는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경우다.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일보다 우선으로 친다. 결과가 단기간에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잘해낼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사회적 성취도가 높아지면 자기 만족감이 커질 것이고, 하고 싶은 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고 싶은 일에는 주위 환경, 즉 운(運)의 작용이 보다 크게 적용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옛날 난고 김병연(蘭皐 金炳淵) 선생은 천하를 방랑했다. 자신이 원했든, 세상이 그를 그렇게 되도록 몰았든 간에 결과는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남았다. 그러고 보면 그에게 있어서 관직은 하고 싶었던 일일 것이고, 시(詩)에 관한 재능은 자기 적성, 그리고 방랑은 운의 작용으로 봐도 될 성 싶다. 관직으로 나아갔다면 과연 지금까지 그의 명성이 남아 있을까.

하국근(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chonjjja@hanmail.net 010-878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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