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구에서 40년 이상 사는 동안 시내에서 물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곡동 물난리 사태는 뜻밖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구에 물난리가 드문 이유는 조선 정조 때 판관으로 부임하였던 이서 공(公)이 당시 백성들의 홍수 피해를 안타까이 여겨 주민부담 없이 사재를 털어 제방을 쌓고 물길을 돌려 현재의 신천을 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매년 장마 때마다 상동교 동쪽에 있는 이서 공의 공덕비에 가서 제라도 올려야 할 성싶은데, 이번 물난리는 인재(人災)라고 하니 아쉽기만 하다.
요즘 한 TV방송에 '신공항은 밀양으로'라는 고정 자막이 매일 뜨고 있다. 이 홍보 문구가 처음에는 무덤덤했는데 왠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활로가 절실한 대구경제의 현주소를 웅변하는 것 같아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밀양 신공항은 대구시에서 글로벌 기반 구축이라는 명제 하에 추진하고 있는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대구'경북이 지난 산업화 시대 산업화의 한 축으로 일어선 배경에는 당시 수출 주도 경제 하에서 주요 교역국이 미국과 일본이었고 대구'경북이 경부선상에 있어 물류 입지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데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런데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더불어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대중국 교역이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물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서해안이 부상하게 되면서 대구경북권의 상대적 위상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남이 나보다 월등히 커지게 되면 단순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나의 존재를 위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국가 간의 경우가 그러하지만 한 국가 내에서 지역 간에도 그리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수도권만 계속 비대해지면 경쟁 관계에 있는 지방의 산업 부문은 경쟁에서의 패배로 인해 무너지게 될 것이며 이것이 종국에는 지방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은 지방 전체가 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할 수밖에 없는데 동남권 국제공항 설립은 영남권 경제의 통합 및 신산업의 육성과 이와 관련한 외국 자본 및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신공항이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만한 항공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공항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밀양은 신공항으로서의 최적지이며 이를 위해 대구경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컬러풀 대구. 이 로고만큼 대구가 지향해야 할 바를 함축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에 관한 한 이것은 대구의 현실에 대한 역설의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구사람 스스로 대구의 전성기로 생각하는 시대는 1960~80년대까지의 산업화 시대이다. 그 시대는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과 소품종대량생산체제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그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형은 순응적이고 합리적 표준인간형이었으며 대구사람들은 그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한 시대의 사명을 잘 수행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한 시기의 성공이 그 다음 시기의 부적응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구에서 과거의 성공에 대한 기억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막연한 우월감을 만들어 내고 그것은 변화를 싫어하며 배타적인 성격을 갖게 만든다.
흔히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지금 대구시에서는 이러한 시대 변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대구의 비전으로 '글로벌 지식경제도시 대구'를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비전에 부합하는 인간형은 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개방적인 인간형이다.
그런데 누가 보더라도 우리 지역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이러한 인간형에 가깝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도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구사람으로서 두서없이 횡설수설해 봤다.
이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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