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수의 야구 토크] 국가대표 꿈 이룬 조동찬

올 시즌 프로야구 무대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조동찬일 것이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조동찬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92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 9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조동찬의 활약이 없었다면 삼성의 플레이오프 직행(2위)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시즌 초만 해도 조동찬은 주전이 아니었다. 주 포지션인 3루에는 박석민이라는 중심타자가 있었고, 유격수 자리에는 박진만이 버티고 있었다. 그가 설 자리는 내야 백업뿐이었다.

더군다나 시범경기에서 왼쪽 어깨를 다쳐 1군 합류도 한참 뒤에나 가능했다. 기회는 5월에 찾아왔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선발 출전을 늘려간 조동찬은 6월 타율 3할5푼, 2홈런, 11타점을 올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의 방망이는 7월 더욱 불을 뿜어 3할7푼8리,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야구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예비명단이 발표될 즈음 그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뒤늦은 선전이 아쉬울 뿐이었다.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조동찬의 실망은 컸다. 그러나 꼭 대표팀에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면서 그는 만점 활약을 펼 수 있었다.

기적 같은 행운도 찾아왔다. 대표팀 추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더니, 최종 엔트리의 한 자리를 꿰찬 것이다. 팀의 내야 백업요원으로 시작해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선발된 조동찬의 기적은 운이 따랐기 때문일까?

필자는 부상과 2군 생활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있었다고 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조동찬. 그는 지금 야구할 맛을 찾았다. 개인 성적에다, 팀 성적도 괜찮다. 가슴 속으로 바랐던 태극마크도 달게 됐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다.

조동찬의 이야기처럼 야구는 삶의 축소판이다. 인생의 내리막길에 직면했다고 치자. 포기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돌려 더욱 노력할 것인가.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이정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 믿음을 조동찬에게서 찾아보자.

조동찬의 올 시즌 결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을 잔치에 초대를 받았지만 아직 주인공이 된 건 아니다.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더 큰 절망으로 바뀔 수 있다.

긴 장정의 페넌트레이스가 끝을 향하고 있다. 오아시스를 목전에 둔 조동찬이 더욱 분발하기를 바란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우리나라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그가 한몫을 하리라 믿는다. 아낌없는 박수로 성원하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경기에서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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