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이 나를 유혹한다
천연염색 체험은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다. 천연염색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감물염색이다. 하얀천에 감물 빛깔을 입히면 가을빛이 태어난다. 최근 들어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는 주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 천연염색에 대해 무관심했던 주부들도 다양한 천연염색 작품들을 만나면 단번에 전통의 색,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주부 김옥란(51'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지난해부터 천연염색에 심취해 있다. 우연히 감물염색을 한 한복을 본 후 그 신비한 색감의 매력에 빠졌다.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천연염색 체험을 하면서 오로지 내손으로 만든 작품 탄생의 기대로 힘든 과정도 기쁨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몸에좋다는 감물염색으로 이불과 베개 등을 만들고 내년쯤에는 전가족의 한복 만들기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천연염색은 소박하다. 화학염색의 색상보다 화려한 맛은 적다. 하지만 그 은은한 빛깔과 자태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천연염색에 한번 마음을 뺏기면 한결같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체험장에 온 주부들은 "직접 내손으로 염색한 천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될까 가슴 설레고 행복하다"며 구슬땀을 흘린다. 이세상에서 똑같은 색상이 없다는 것이 천연염색의 장점이다.
천연염색은 생각보다 힘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한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 힘들었던 기억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천연염색 어디서 체험할 수 있나?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천연염색 공방은 경북 청도에 밀집돼 있다. 각 공방마다 감염색 등 다양한 천연염색천들을 만들어 낸다. 천연염색천으로 다양한 소품생산은 물론 한복 등 의복류와 침구류, 커튼, 가방, 찻잔받침, 지갑 등의 제품들을 선보인다. 청도에 감염색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곳은 30여 곳이나 된다. 체험료는 1인당 3만원 선이며 원단값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경북도 전역에 걸쳐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공식적으로 48개 공방이 있다. 청도군 29개소를 비롯, 영천 8개소, 포항 5개소, 예천 2개소, 울진 2개소, 청송 1개소, 김천 1개소 등이다. 이외에도 도내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천연염색장들이 더 많이 있다. 감즙이 아토피 피부염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물염색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경북대 식품공학과 이상한 박사 연구팀이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의뢰받아 연구를 한 결과 아토피 등 피부염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걸 밝혀냈기 때문이다.
요즘 청도에는 감물염색 체험인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주말에는 대전지역 주부 100여 명이 두 대의 대형버스를 타고 청도를 방문했다. 이들은 "청도가 우리나라 최고의 천연염색 고장이라는 소문에 천연염색 체험을 위해 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체험장은 천연염색 공방인 꼭두서니(대표 김종백'화양읍 유등리)와 '예던길 따라'(대표 문명희'이서면 고철리)가 인기다. 이곳에는 연중 체험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에서 연간 500여명이 방문, 천연염색을 체험하면서 기술도 전수받아 간다. 요즘은 전국 농업기술센터의 천연염색 벤치마킹 연수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한때 청도지역 주요 감물 체험장이었던 금천면 박곡리 '감쪽마을'(대표 정경숙)은 학생들의 체험장으로 변했다. 1만5천여 평의 산밭에는 온통 감나무와 밤나무 천지다. 감쪽마을을 방문한 밀양시 밀주초교 학생 200여 명은 천연염색 체험에다 감따기, 밤따기, 땅콩캐기, 떡메치기 등 7가지 체험을 했다. 밀주초교 5학년 문은혜(12) 양은 "감물염색에다 자연체험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학생들의 체험이 끝나는 초겨울부터 감물염색과 복합염색 작업을 할 예정이다.
#천연염색 어떻게 하나?
천연염색은 화학적 합성염료가 아닌 자연염료(동물성, 식물성, 광물성)을 이용하여 자연의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명 '시염'이라고 하며 우리나라 특유의 염색법이자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담긴 염색법이다. 조선 중기 출토면직물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350여년 동안 시신과 함께 관속에 들어있던 면직물이 감염색된 것임이 확인됐다. 이 사실은 이미 350여 년전 감물염색법이 한반도의 남부지역에 널리 보급돼 있었던 것을 증명하고 있다.
천연염색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식물성 재료는 감, 쪽, 홍화, 소목, 치자, 밤, 괴화, 황벽, 꼭두서니, 자초, 황련, 샤프란, 울금, 동백, 도토리, 억새, 계장초, 복목, 양파, 노목, 상수리나무, 석류, 포도, 매실, 철쭉, 호도, 솔나무, 쑥, 차나무, 등황, 애기똥풀, 대나무, 음나무 등 색을 내는 것이면 모두 가능하다. 황토, 숯, 송이(화산재부산물) 등 광물성 재료와 오징어먹물, 보라조개 등 동물성 재료도 사용된다. 천연염색으로 만든 상품은 생활 한복, 양장지, 삼베, 인견 등 의류 종류와 홈패션 다보, 찻잔받침, 쿠션, 베개, 이불커버 등 생활 침구류, 넥타이, 가방, 손수건, 의류상품 등 모든 생활용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편집위원 shahn@msnet.co.kr
■감물염색방법
①원료 감 채취 = 감이 붉게 변하기 전 속칭 땡감(풋감)을 채취한다. 풋감을 분쇄기에 넣어 감즙 원액을 추출한다.
②감즙 원액에 매염제로 소금을 조금 넣고 천을 담근후 20~30분 정도 주물러 준다. 이때 물이 골고루 배도록 정성껏 주무르는 것이 관건이다.
③감물이 든 천을 짜서 주름이 지지 않게 잘 편 다음 햇볕이 잘드는 건조대에 말린다. 수시로 천을 물에 적셔 말리기를 반복한다. 물에 적신 천은 짜지 말고 그대로 말린다. 이 과정을 3, 4일간 반복한다. 3, 4번의 과정을 반복 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감염색 색감을 얻을 수 있다.
① 염색 후 2, 3회 세탁시에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세탁을 하면 변색을 막는 한 방법이다.
②완성된 제품은 보관시 직사광선을 피하고, 부분 세탁은 금하며, 일반세제 사용시 탈색의 원인이 되므로 중성세제나 섬유린스, 드라이 크리닝을 이용해야만 탈색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마찰에 약하므로 세탁 시 비벼 세탁하면 변색되므로 주의한다.
③ 그리고, 천연염색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고 사용을 하면 조금씩 색이 옅어 지므로, 그 나름대로의 멋이 생겨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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