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음반을 준비하는 스님, 설치미술을 하거나 도자기를 굽는 스님 등 예술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여기며 불교 대중화에 힘쓰는 '예술가 스님'들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트로트 음반, 서예, 동양화에 능한 원일 스님
도안사(대구 수성구 범물1동) 주지 원일(60) 스님은 잡기에 능한 다재다능한 스님이다. 방 한켠에 붓글씨와 그림 작품이 수북이 쌓여있고 다른 쪽에는 기타가 놓여 스님은 붓글씨와 동양화, 음악까지 예능 전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그것도 개인전을 열고 음반을 발매했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이다.
특이한 것은 음악 장르가 '트로트'라는 점이다. "보통 스님 중에 불교 음악으로 음반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트로트 음반을 내는 경우는 제가 유일합니다." 스님은 '트로트 승려 가수'라는 타이틀이 자랑스럽지만 이 때문에 한동안 오해와 질타도 많이 받았다. "5년 전 음반을 냈을 때 신자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음성 포교에 있어 장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의 세계는 똑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통해 불교를 알린다는 점이죠." 음반을 내고도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불자로서의 성실한 자세를 계속 해오자 주위에서도 달갑지 않은 시선을 거두더라는 것이다. 고교 때 이미 기타로 자작곡을 만들 정도로 음악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그는 내년 후반기쯤 2집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붓글씨와 동양화도 원일 스님에게 빼놓을 수 없는 포교 방법이다. 젊었을 때부터 익혀온 붓글씨와 그림 실력으로 2000년부터 시작해 벌써 8차례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여기에다 풍수에도 일가견이 있다. 경상북도 도청과 함께 이전할 경북지방경찰청 이전지 터를 봐줄 만큼 스님의 풍수지리는 정평이 나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대 무슨 수행이 되겠느냐고 하지만 참선이나 염불을 할 때는 일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죠. 매일 3시간씩 수행에 몰입하고 있어요." 원일 스님은 바쁜 와중에도 15년 동안 빠짐없이 범물동 용지아파트 주변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도 남모르게 해오고 있다.
◆불복장을 현대미술로 표현하는 선진 스님
보현암(대구 수성구 상동) 주지인 선진(50) 스님은 설치미술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불복장(佛腹藏) 전문가인 스님은 불복장을 현대미술 형식으로 재해석해 일반인에게 불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복장은 불상이나 탱화를 만들면서 발원문(發願文)과 각종 불경, 사리 등 귀한 물건을 넣는 의식을 말한다. 선진 스님은 5년 전부터 시작해 올해 6회째 개인전을 열었다. "법당에 계속 있다 보니 불교 의식이 성스럽고 굉장히 훌륭한 현대미술 소재가 되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불교가 일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 꼭 법당이 아니라 갤러리나 전시 공간에 나가는 것도 필요하죠."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시각적 표현을 위해 항상 고민한다. 이를 위해 평소 미술과 관련된 외국 서적을 끊임없이 보고 국내외 어디를 가더라도 갤러리나 전시관에 꼭 들러 미술 감각을 키우고 있다. 미술도 불교 수행의 한 방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선진 스님은 향후 단편영화 제작도 꿈꾸고 있다.
◆30년째 도자기 빚는 설봉 스님
토향암(경북 칠곡군 지천면) 주지 설봉(68) 스님은 도자기 대가로 유명하다. 도자기 전시회만 지금까지 20회가 넘게 열었다. "30년 전 길거리 아이들을 돌볼 때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차원에서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지금까지 매일 틈만 나면 도자기 만드는 데 몰두합니다. 저에게는 도자기 제작이 예술이자 삶 자체이죠." 어떤 도자기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0년을 소요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기도 했다. 특히 설봉 스님은 유약을 직접 만들면서 자연이 빚어내는 다양한 색으로 표현해 찬사를 받고 있다. 주말에는 도자기 작품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암자를 찾고 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겸손을 배웁니다. 도자기를 통해 또 다른 가르침을 얻고 있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