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은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보다 군사력이 우월하다'는 믿음은 대표적이다. 남한은 세계 경제 10위권을 맴돌고 있다. 북한보다 무려 8배가 넘는 국방비를 쏟아붓고 있다. 게다가 지구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IT 인프라를 깔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최첨단 무기까지 갖추고 있으니 남북한은 군사력에서 비교가 안 될 것이라는 것이 국민의 강력한 믿음이다.
민족상잔의 피비린내를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남북한 힘의 균형은 남쪽에 쏠려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믿음이다. 수백만 명이 굶고 있다는 북한이 어찌 전쟁 수행 능력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 믿음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천안함 사태로 46명의 국군이 수장됐을 때만 해도 국민은 분노를 삼키며 대승적 태도를 보였다. '그래, 다음에 보자' 이런 심산이었다. 그리고 8개월 후, 이번에는 연평도가 북한의 해안포에 완전 능욕당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국내외의 반응 차이다. '전쟁 난 것 아니냐'는 해외동포들의 확인 전화가 쇄도했다. 그러나 장병 2명과 주민 2명이 북한의 포격에 희생당한 다음 날 증권시장은 별 움직임이 없었다. 2001년 9'11테러 다음날 한국 증시가 12%나 폭락한 것과 극히 대비된다. 정부는 경제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고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북한의 포격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발빠른(?) 분석을 내놓았다.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과 이를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경제 안정, 이 둘 중 어느 것이 소중할까. 이 지구상에 국토 수호 능력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가 있는가. 서해 최전선에 있는 우리의 자주포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고, 전쟁 수행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북한은 오히려 짧은 시간에 정교하게 우리를 조준 사격했다.
이제 국민은 혼란스럽다. 어느 것이 더 소중하고, 어느 것이 참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은 늑대 소년의 거짓말 때문이다. 행동과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공허한 외침, 이게 바로 '늑대 정부'가 아닌가.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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