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최대 인삼 생산지인 풍기읍 농민들이 농작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마 전 도둑을 눈앞에서 놓친 영주시 풍기읍 양희봉(65) 씨. 쌀쌀한 밤 찬기운을 마다하지 않고 몇 번째 인삼밭을 맴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인삼밭을 둘러보는 게 하루 일과다. 한 달 전 인삼밭에 구멍이 뚫려 애지중지 키운 자식 같은 인삼을 몽땅 잃을 뻔했다. 양 씨는 "4~6년 동안 피땀 흘려 키운 인삼을 도둑맞는다는 생각을 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밤늦도록 인삼밭을 떠나지 못했다.
인삼 등 농작물은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고 쉽게 현금화할 수 있어 절도범에게 손쉬운 표적이다. 특히 인삼은 값이 비싸 밭 주위로 도둑이 들끓어 농민들이 '인삼밭 사수'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풍기읍 봉현면 두산리에서 5년근 인삼밭이 털린 데 이어 8월에도 같은 장소에 도둑이 들어 5년 동안 정성들여 키운 인삼을 쏙 뽑아 달아났다. 농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주시와 경찰은 풍기읍내에 방범용 CC(폐쇄회로)TV 14대를 곳곳에 새로 설치해 농작물 도난 예방에 나섰다. 특히 농작물 수확기에는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황운섭 풍기파출소장은 "농작물 절도범들은 미리 현장을 답사하는 경향이 있다"며 "밭 주변에 낯선 사람이 서성거리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농민들도 농작물을 지키려고 갖가지 묘안 찾기로 고심하고 있다. 자율방범대를 구성해 경찰과 합동으로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가 하면 인삼밭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밤낮없이 경비를 서는 일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우를 여덟 마리를 키우고 있는 농민 박준호(59) 씨는 아예 외양간 앞에 살림을 옮겨 여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뭣합니까. 내 재산은 내가 지켜야지요." 피땀으로 일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농민들은 오늘도 긴 겨울밤을 지새운다.
글·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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