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을 두고 대구시가 미래를 위한 공간개발 철학이 없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자칫 환승센터가 신세계의 대구 유통 거점만 만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시는 이에 대해 별다른 고민과 대책이 없다.
◆유통센터 전락 우려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건립되면 대구시는 동대구역세권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 지정 가능성이 큰 신세계가 대형 백화점을 입점시킬 경우 정작 환승시설은 뒷전으로 밀린 채 지역 상권만 휘청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훨씬 크다. 더구나 신세계가 환승센터 내 상업시설 크기를 늘린다 해도 견제 장치가 마땅치 않아 대구시가 개발에만 초점을 맞출 뿐, 미래를 위한 공간개발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대구역 남쪽인 환승센터 건립 예정지 일대는 내륙도시인 대구의 관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가산업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대구시 입장에서는 환승센터가 한방의료센터, 컨벤션센터 등 업무시설을 제대로 갖춰 비즈니스센터 역할을 하고 일대도 업무 타운화해야 한다"며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침체된 도시 분위기를 살릴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는 환승센터에 상업시설 외 다양한 업무·문화시설을 갖추겠다고 했으나 정작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신세계가 대구 입장을 외면한 채 상업시설을 확장한다 해도 대구시로선 원하는 시설 공간 확보를 요구하기 힘들다"며 "환승센터 건립이 국가 시범사업이어서 신세계는 사업 주체인 국토해양부와 얘기만 잘 되면 그만"이라고 했다.
우려대로 신세계가 환승센터 내 상업시설을 확장할 경우 대구는 대형 유통업체의 격전지로 전락할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지역내총생산(GRDP)이 십수년째 꼴찌인 대구는 생산 기반이 취약한데 판매시설만 늘면 지역 경제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지역 자금이 역외로 줄줄 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 대비 개발 청사진을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동대구역세권 개발에 시동이 걸리고 있지만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실책을 범하지 않으려면 대구시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구시가 밝힌 것처럼 동대구역세권 개발의 축은 환승센터 건립과 동대구고가교 신설 및 확장 사업인데 환승센터가 단순 유통단지로 전락하면 역세권 개발 자체가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쇼핑공간과 업무·문화시설 등이 잘 조화된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외지인이 업무차 방문시 회의를 열고 숙식과 인근 지역으로의 환승 및 쇼핑까지 역세권 내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1980년부터 1999년까지 재개발된 일본 신칸센 나고야역(8만2191㎡)은 다목적 용도로 초고층 'JR센트럴타워스'를 만들었는데 최고 51층(245m)인 사무공간과 최고 53층(226m)인 매리어트 어소시아 호텔이 들어서 업무타운뿐 아니라 관광 자원 역할까지 하면서 역세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본의 교토역사는 아름다운 외관과 함께 백화점뿐 아니라 호텔과 극장, 공연시설,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문화 생활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조득환 연구위원은 환승센터 공간 활용 방안을 검토할 때 역세권 개발은 아니지만 도쿄 록본기힐즈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조 위원은 "록본기힐즈는 쇼핑공간은 물론 특급호텔과 미술관, 방송국, 아트센터,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업무시설뿐 아니라 개성 있는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포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환승센터가 단순 상업시설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윤대식 교수는 "대구시가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하고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고속버스터미널 일부와 동·남부정류장 후적지 이용방안 논의가 없어 그 일대의 장기 발전 계획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상업시설용 주차장을 늘리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면 대구시가 기업에 놀아날 뿐 정책 철학이 부족해 대구 공간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며 "도심 재생이나 재창초를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다른 도심과 이곳 개발 사이에 어떤 차이점을 두고 특성을 살릴 것인지,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두류공원의 대구관광정보센터를 환승센터에 넣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공간 활용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민간 사업자와 꾸준히 협의해 단순 유통단지가 아닌 다기능 복합 공간으로 환승센터가 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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