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뮤지컬 붐을 타고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장르가 뮤지컬로의 변신을 시도해 왔다. 여기에 오페라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뮤지컬의 태생이 오페라와 오페레타(Opereta)로부터 진화된 장르임을 감안하면 오페라가 뮤지컬로 변신하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공연 장르는 모두 음악과 스토리가 결합된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과 춤, 대사의 기능과 목적 등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뮤지컬이 오페라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은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편이 소개된 바 있다. 4대 뮤지컬의 하나로 잘 알려진 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역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디즈니 뮤지컬 는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 내용을 토대로 엘튼 존과 팀 라이스 콤비에 의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이외에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브로드웨이에서는 라는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달 12일, 대구에서도 오페라 원작 뮤지컬 한 편이 선을 보였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모태로 한 뮤지컬 가 트라이 아웃(Try Out) 공연 형식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된 것이다. 트라이 아웃 공연이란 정식 공연에 앞서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을 공연관계자나 평론가, 일부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이고 그 반응이나 평가를 반영하여 작품을 다듬어가는 단계 중 하나로 활용하는 공연을 말한다. 이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앤드에서는 일반화된 제작시스템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상업성을 테스트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넘버를 13곡을 중심으로 60분간 공연되었다. 뮤지컬 용어로는 발전된 단계의 쇼케이스(Show Case: 본 공연에 앞서 시놉시스와 뮤지컬 넘버 몇 곡을 선보이는 단계) 공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용어적 의미를 떠나 이번 공연은 대구에서 처음 시도된 선진 제작시스템의 도입이라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 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기본적인 구성을 따라가지만 음악과 안무, 이야기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하게 된다. 우선 장소적 배경을 중국에서 '오카케오마레'라는 신비한 물의 왕국으로 옮겨 판타지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아직 미완성의 작품이긴 하지만 영상을 활용한 무대와 조명, 의상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귀에 감기는 뮤지컬 넘버와 안무도 기대를 갖게 한다. 뮤지컬에서 음악과 춤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뮤지컬 넘버 가운데 합창곡 '수수께끼의 투란도트'와 투란도트 공주, 칼라프 왕자, 류와 티무르 왕이 부르는 4중창곡 '오직 나만이' 등 두 곡과 화려한 의상과 조화를 이룬 역동적 안무는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창작뮤지컬로는 턱없이 짧은 준비기간을 거친 작품의 기본적인 콘셉트와 뮤지컬 넘버만으로 구성된 공연을 가지고 작품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음악이나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볼 때 분명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아직 정식공연까지는 6개월여의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이제 연출의 지휘 아래 본격적인 스토리로 살을 붙이고 음악, 안무, 조명, 무대 등 창작 스태프들의 아이디어가 녹아 들어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힘든 국내 현실에 대한 우려와 현대적인 재해석을 기대했던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결정은 온전히 제작팀의 몫이기에 여기에 대해 논의할 게재는 아닌 것 같다. 모든 뮤지컬이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관객과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작품의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되었다. 내년 6월,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 개막 공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 뮤지컬 가 단순히 오페라에서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라 몸에 잘 맞는 새로운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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