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망상이다. 망상은 남들이 납득할 수 없는 비현실적 생각을 혼자 하는 것,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생활하는 사람들이 틀렸다고 해도 고칠 생각을 안 하는 것, 그리고 그 잘못된 생각이 교육이나 설득으로 고쳐지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정숙한 마누라를 매일 바람 피우고 다닌다고 잘못 생각해 폭행하고 칼부림하는 남편, 어머니가 밥에 독약을 타서 준다고 생각해 집에서 밥을 못 먹고 배곯고 있는 아들, 자기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생긴 미녀라고 호들갑 떨고 다니는 뻔뻔스런 여자, 자신이 한국의 최고의 인물이라며 선거 때마다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골빈 남자 등등 망상의 종류도 많다.
그러나 이런 망상들은 치료를 하면 대개 증상이 없어지므로 그렇게 염려할 것이 되지 못한다. 환자들은 망상임을 깨닫고 난 뒤 그렇게 밉던 아내가 사랑스러워지고 의심하던 어머니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게 된다. 이렇듯 한 생각이 바뀌면 불행이 갑자기 행복으로 변한다. 문제는 소위 멀쩡하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들이다.
나중에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정신병원이 될까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배운 사람부터 못 배운 사람까지 하루 종일 생각한다는 게 온통 돈과 명예뿐인 것 같다. 청소년들과 그 학부모들은 소위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생이 돼서도 어떻게 하면 대기업 사원, 고급 공무원, 판·검사 그리고 의사가 될 수 있나 그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명예를 차지하면 그 때는 또 돈까지 모을 생각을 한다. 이렇듯 밤낮 돈과 명예만 생각하니 그 것을 거머쥐기 위해 군대 안 갈 생각, 세금 안 낼 생각, 줄 잘 설 생각, 외모를 뜯어 고칠 생각만하게 된다.
나중에 그렇게 원하던 대학과 직장을 갖고 그리고 백만장자까지 된 뒤 행복해졌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불행한 사람이 됐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고통을 잊기 위해 어떤 이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또 어떤 이는 온갖 명승고적을 찾아 국내·외에 좋다는 곳은 다 여행을 다닌다. 하지만 불행의 뿌리가 망상에 있는 만큼 그 망상들이 맛있는 음식과 좋은 경치 그리고 운동과 노래만 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히로뽕을 해도 아편을 써도 다 소용없다.
인간들이 그토록 얻으려는 돈과 명예가 행복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불행의 뿌리가 되기 쉽다. 진정 행복을 찾으려면 "돈과 명예가 왜 불행의 뿌리가 될까?"하는 화두를 두고 자나 깨나 골몰할 때 그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권영재 대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
* '행복 칼럼'을 맡은 권영재 과장은 경북고,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대구적십자병원장을 역임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입니다. 소설과 수필집을 펴낸 바 있는 그는 냉철하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행복 문제점을 진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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