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의! '한파 스트레스' 한달 넘는 강추위 환자 속출

감기몸살, 무기력, 피로감 호소…저체온증 사망도 잇따라

집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떨어진 회사까지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는 임유정(28·여) 씨는 얼마 전 김기몸살로 병원 신세를 졌다. 오랜 강추위로 면역력이 약해진 임 씨는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웅크린 채 생활했더니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오한이 들었다"며 "결국 수족냉증이 심해져 일주일째 병원을 오가며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1월 31일까지 일평균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러 시민들은 계속해서 추위에 떨었다. 특히 일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날이 단 2일에 불과해 30일 이상 한파가 이어지면서 '한파 스트레스'를 겪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직장인 문재훈(30) 씨는 "출근할 때마다 차가운 차 안에서 웅크리다 보니 온몸이 쑤시고 결린다"며 "회사에서도 추워서 움직임이 적어지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무기력감이 몰려와 하품만 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직장인 이재훈(39) 씨는 "감기몸살에 병원을 찾았는데 같은 증상의 환자들로 북새통이었다"며 "의사가 긴 추위가 원인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많이 움직이고 푹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1월 9일부터 11일까지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천28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6%가 한파와 폭설로 출퇴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원인(복수응답)으로는 '춥고 미끄러운 길'(68.8%)과 '평소보다 길게 걸리는 출근시간'(58.4%), '만원 지하철·버스'(43.2%) 순이었다.

안정호(28) 씨는 "추운 날씨에 도심 외곽 도로가 얼어 있어서 운전할 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며 "추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매일 회사에서 피곤한 상태가 계속된다"고 말했다.

저체온증 사망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북구 침산동 오봉오거리 앞 골목길에서 노숙자인 K(43)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앞서 지난달 3일 포항지역에서도 눈에 갇혀 차에서 자던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추위 자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위가 심해지면 소화기능이 저하되고 혈관 수축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심혈관이 약한 사람은 연이은 한파가 급성 심장마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영남대병원 금신호 교수(가정의학과)는 "요즘처럼 한파가 계속되면 우리 몸이 추위 자체를 스트레스로 인식한다"며 "평소 집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근육과 혈관을 이완시켜주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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