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면서 은행권들이 세뱃돈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설연휴 직후 풀리는 세뱃돈 규모가 대구 경북에만 수십억원대에 이르면서 시중은행들이 적금은 물론, 펀드 등 관련 상품을 내놓고 어린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내놓은 '후토스 어린이 적금·예금 통장'은 대구경북에서만 4천500계좌 가까이 뚫렸다. 유치 금액만 13억원을 넘겼다. 수시입출식에만 2천981계좌(9억200만원), 적립식에 1천465계좌(4억9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국적으로도 5만 계좌 이상 개설돼 117억원 이상을 금고에 다시 담았다. 지난해 설연휴 직후인 2월 16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올린 실적으로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5억원가량을 회수한 셈이다. 코 묻은 돈으로 생각하면 오산인 이유다.
이들이 받는 용돈을 족족 통장에 불입할 경우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무엇보다 충성도가 낮은 젊은 고객을 사전에 잡는다는 의미까지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농협중앙회 대구본부 관계자는 "올해 설 이후에도 대구경북에서만 5천 계좌 이상 18억원가량의 세뱃돈이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세뱃돈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조기 재테크 교육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만 20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꿈나무 평생저축'이라는 기획 상품을 내놨다. 최근 5년간 설연휴 직후 열흘간 만 20세 미만 고객이 신규로 거래한 금액이 상승기류라는 판단에서다(그래프 참조). 20만원대 고급 전자기기를 상품으로 내놓을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없던 상품이다. 대구은행 마케팅기획부 관계자는 "매년 설연휴 직후 신규계좌를 개설하는 고객들이 많았고, 특히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상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자녀를 위한 예금, 적금도 좋지만 펀드, 보험 상품도 적잖다. 투자수익률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면 펀드와 주식 상품은 매력적인 금융상품.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설정액 규모 1, 2위의 어린이 펀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우리아이3억만들기주식 G1'과 '우리아이 세계로 적립식증권투자신탁 K-1호'가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설정된 이 펀드들은 국내 주식에 60% 이상 투자되며, 40% 이하에서는 해외주식에도 투자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설정 후 수익률은 120%, 1년 수익률은 51%를 보이고 있다.
대구은행 본점 PB센터 이승우 팀장은 "부모님이 해주는 저축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자녀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개설해주는 것은 아이들의 경제 관념 조기 정립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목돈을 모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 설연휴 전 열흘간 발행된 화폐는 7천235억원으로 지난해(5천510억원)에 비해 3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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