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건축물 하나가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문화적 가치는 참으로 엄청나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로 인해 '기술강국,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많은 국가들은 다양한 건축정책을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이후 최근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 개관으로 서유럽 최고의 관광지가 된 스페인의 빌바오, 옛 폐광도시의 소방서, 이발소 등 도시의 노후건물들을 서점들로 개조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영국 웨일즈의 북시티 헤이온와이, 후세에 남길 뛰어난 건축물로 개성 있는 도시를 재건하는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이웃 일본의 구마모토.
이처럼 선진국들의 많은 도시들은 국가가 아닌 개별 도시단위에서도 차별화된 건축정책과 수준 높은 특정 건축물들을 통해 도시의 미래발전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물론, 국내 상황도 다를 바 없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롭고 다양한 건축정책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번영과 도시발전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 예로는 2001년부터 조성되어온 독일 교포들의 국내 정착지로 유명한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 전시장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파주출판단지, 예술인들이 꿈꾸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유명건축가들의 작품들로 조성 중인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 다양한 음악축제로 가득 찬 예술회관과 벽화로 유명한 동파랑마을, 작년 개관한 박경리문학관 등으로 관광지로 급부상한 경남 통영 등… 이미 수많은 도시들이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위에서 나열된 우수한 건축자원들은 그 지역의 특징적 산물로써 문화적 파워와 기술력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비용과 이에 따르는 고용효과 등이 동반되어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 이외에 부수적인 관광수입 증대로 연결되어 그 지역산업의 주요 성장동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5천 년 전의 건축물인 피라미드가 이집트 전체를 먹여살린다는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줄 질 좋은 경제적 유산을 고민한다면 굳이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가 소비되는 소위 차세대 최첨단 산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선 모 그룹의 총수조차 10년 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이 안 된다며 생존을 위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단 몇 개월 주기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으며 그 개발주기를 점점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이러한 글로벌시장의 무한경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독점적인 존재감으로 그 도시민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경제적 이윤을 끊임없이 창출해 주고 있음을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수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조만간 개관을 앞두고 있는 대구시립미술관은 이미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도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옛 KT&G 연초제조창의 문화창조 발전소 조성사업의 경우 세계적 주목을 받는 리모델링 사례인 중국 북경의 군수공장지역에 조성된 798예술거리나 수십 년 된 보세창고를 재개발한 일본 요코하마의 아카랜카 쇼핑몰보다도 더 월등하게 개발하여 또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대구에는 경기가 침체한 2010년 경우에도 5천여 동 이상의 다양한 건물들이 새로이 건축되었다고 한다. 이 중 단 1%의 건축물만이라도 "도시와 건축, 그리고 삶의 공간"이라는 건축의 진정한 의미가 내포된 수준 높고 안목 있는 프로그램 속에서 진행된다면, 10년 후쯤에는 엄청난 문화경제적 무한가치를 지닌 수백 개의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건물들로 꾸며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재탄생할 수가 있을 것이다.
차세대의 성장동력 산업을 유치하고 조성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때에 신중하게 고려해봄직한 또 다른 생각이 아닐까 싶다. 건축물은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인 동시에 최고의 경제적 상품이기도 하다.
건축사사무소 원형건축 대표건축사 조 영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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