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양날의 칼이다. 언론은 우리에게 행복을 줄 수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한다. 과거 언론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옳은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기사를 보도했다. 베를린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우고 우승 사진을 보도했다가 폐간을 당했던 동아일보나 이승만 대통령의 정책을 질타하다가 대낮에 괴한들에게 신문사가 박살난 매일신문, 그리고 설립 자금이 이북에서 나왔다고 사장이 사형을 당한 민족일보 사건이 있었다. 비록 비극적인 사건들이었을지언정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나아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요즘의 언론은 욕 얻어먹기를 싫어하고 고객 비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마치 그 언론의 설립 목적이 고객들을 재미있고 즐겁게만 해주는 듯하다. 그런 기사를 보면 내 마음이 불행을 느낀다.
2011년 1월 16일 부산의 날씨가 영하 12.8℃였다. 부산으로서는 96년 만의 추위였다고 한다. 이날 많은 언론들 특히 방송에서는 마치 큰 난리라도 난 듯 아니 무슨 기적이라도 난 듯 대서특필이었다. '부산 96년 만에 찾아온 혹한'이라며 난리굿이었다. 대한민국이 마치 남극 대륙으로 변하기라도 한 듯 떠들어댔다. 부산 기온이 적어도 전국에서 가장 추웠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기상관측 사상 가장 낮은 온도였다면 모르지만 부산의 온도가 오랜만에 낮아진 게 왜 온 국민들이 함께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일일까.
언론들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추운 날씨라도 되는 듯 떠든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올 1월 16일까지 기온을 작년 것과 비교해서 기상청 기록을 보자. 작년은 평균 영하 10.76도였고 올해는 영하 10.23도로 올 1월이 덜 추웠다. 게다가 영하 10도 이하인 날은 작년은 10일이었고 올해는 8일로, 사실은 올 1월이 작년보다 더 따뜻하다.
옛날에 똑똑한 사람들이 출세하려면 고등고시를 쳐서 판·검사가 되는 것이었고 요즘은 언론사 기자가 되는 게 제일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기자들이 국회의원도 되고 정부기관의 높은 사람도 되고 대통령 후보도 되는 것을 보면 소문이 거짓이 아닌 것도 같다. 그런데 그런 훌륭하고 현명한 분들이 뚜렷한 근거를 무시한 채 다만 그들의 감만으로 사실을 이렇게 왜곡하는 의도가 과연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신문에서 읽었다며, 텔레비전에서 봤다며 기자들이 쓴 기사를 금과옥조처럼 믿고 떠든다.
인간의 기원을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하고 불교에서는 인연에 따라 생성되었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언론의 보도가 진리인 줄 착각해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애처롭다. 독서는 지식을 축적할 뿐이고 지혜는 사색으로 만들어진다. 언론이 뭐라고 해도 나름대로의 사물 판단을 하며 살아야만 불행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재 대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서구정신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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