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복지병

1979년 집권한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는 탄광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1년치 사용할 석탄을 미리 준비하게 했다. 파업이 일어나자 대처 총리는 "그 어떤 타협도 없다"며 노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강성으로 이름을 떨쳤던 탄광 노조도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고 이를 계기로 영국 노동운동은 일대 전기를 맞게 됐다.

1960, 70년대 영국은 잦은 파업과 과도한 복지로 인한 재정 악화, 근로 의욕 저하 등 이른바 '영국병'으로 불리는 고비용'저효율의 경제 구조로 몸살을 앓았다. 대처 총리가 취임할 무렵 영국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국영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였다. 책임은 없고 누구 할 것 없이 달콤한 과실만 따 먹는 그런 구조였다.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은 독일 언론이 비아냥댄 '영국병'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영국은 없다는 위기감에서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몸에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듯 대처의 정책에도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경제를 되살리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지상 과제였다.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대처의 급진적인 사회'경제 개혁으로 인해 영국병은 어느 정도 치유됐다는 평가다. 이런 대처리즘이 노동당의 블레어 총리 시대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도 그만큼 개혁의 약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영국이 30년 만에 또다시 '복지병'을 손보겠다고 선언했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실업수당 감축, 육아수당 선별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복지 개혁안을 발표했다. 경제 침체와 재정 적자, 실업자와 근로자 간 소득 역전 현상 등 총체적 위기감에서다. '일하면 더 손해 보는' 이상한 구조에 대한 영국식 복지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모두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 체제로는 더 이상 영국을 지탱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백한 것이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는 것은 미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무분별한 갈라 먹기식 복지는 오히려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나눠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우리 정치권이 벌이는 '무상' 논쟁도 이런 관점에서 영국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나눔의 원칙은 실종되고 그저 나눠야 한다는 명분에 빠져 갈등한다면 우리도 복지병에서 예외일 수 없다. 나눔의 원칙과 균형이 무너질 경우 어떤 부작용이 초래될 것인지를 영국의 복지병이 시사하고 있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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