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른 직업·같은 취미 '윈윈'…이질 그룹이 뜬다

대숲회 회원들이 이달 16일 구미 금오산에서 야외 모임을 했다. 직업과 취미가 다른 회원들에게 이 모임은 유익하고 유쾌하다.
대숲회 회원들이 이달 16일 구미 금오산에서 야외 모임을 했다. 직업과 취미가 다른 회원들에게 이 모임은 유익하고 유쾌하다.
지구인 독서토론회의 조찬모임 모습. 회원들은 지식에 대한 욕구가 누구보다 강렬한 사람들이다.
지구인 독서토론회의 조찬모임 모습. 회원들은 지식에 대한 욕구가 누구보다 강렬한 사람들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

서로 달라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화이부동의 원뜻처럼 서로 다른 악기들이 합쳐서 만들어내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모임 같은 것이다. 또 교학상장의 해석처럼 누가 스승이고, 제자고 이런 상하관계가 아니라 언제 어디든 누구나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 가르치고 또 배우면서 서로 학업을 증진시킨다. 영어로 말하면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이고, 이 말을 또 우리말로 풀면 상승효과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같은 취미나 상황에 처해진 사람끼리만 모이는 요즘의 세태에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모임을 한층 다채롭고 신선하게 이끌고 있는 두 모임을 들여다봤다. 역사'문화재'숲 생태'성악'식음료'동화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대구 숲 앤 문화유산답사 연구회(줄여서 대숲회)와 기업체 대표, 교수, 언론인, 금융인, 공무원,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인 지구인(智求人'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독서토론회. 이 두 모임은 화이부동과 교학상장의 의미를 충분히 되새길 만한 모범적인 모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대숲회와 함께한 금오산 기행

이달 16일 기자는 대숲회와 함께 그 모임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구미 금오산 기행을 함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모임은 예술이다. 금오산성에 도착하면 유적 및 역사 담당이 명쾌한 설명으로 유래와 산성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고, 가볍게 2, 3시간 산을 오를 때면 숲 생태 해설가가 이 나무와 저 풀에 대한 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해 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식사 시간에는 식음료 담당이 회원들의 맛과 영양을 챙겨주고, 금오산 도선굴에 도착하자 '그리운 금강산' 한 곡조가 멋들어지게 울려퍼지고, 할딱고개에서 내려올 때는 '비목'이라는 가곡이 금오산 일대를 감돌며 가슴을 울린다.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 기자도 한몫했다. 취재차 이곳에 왔다고 하자 금오산 관리소에서 주차비와 케이블카 비용을 면제해 준 것.

'이보다 더 유익하고 재밌고, 편한 기행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은 각자 역할을 달리 하다 보니 적재적소에서 그 역할만 해 주면 전체 회원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었던 것. 이것이 바로 이 모임의 취지이자 매력이다. 이 모임 회원들은 매달 한 번 이렇게 만나 대구 근교의 좋은 곳을 찾아가 서로의 지식과 교양을 채워주고 있다. 모임의 지도교수(김국태 대구공업대학 호텔항공과 교수)도 정신적 지주 역할을 든든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해 이 모임을 만들고 첫 단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승호(53) 대구답사마당 원장은 "복잡다단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서로 배울 게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며 "저 역시 이 모임을 통해 숲 해설가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올해에는 숲 해설가 전문과정에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강영옥(50) 숲 생태 해설가는 "산에나 수목원에 가게 되면 저의 역할이 많아진다"며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가르치면서 배우고, 들으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성악을 전공한 김경화(51) 회원도 "회원들이 다소 지루하거나 기분이 축 처질 때는 제 역할이 크다. 이날도 도선굴이라는 좋은 무대와 대숲회 회원이라는 좋은 관객이 있어 더 열심히 불렀다"고 했다. 동화가 전공인 장선조(43) 회원도 "함께 떠나는 여행뿐 아니라 격주 단위로 스터디 모임도 함께 하기 때문에 마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다"고 했다. 이 밖에도 유적 담당 고현숙(54), 식음료 담당 이자연(53) 회원도 이 모임이 삶의 활력이 되며, 무엇보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구인 독서토론회, 지식욕 채우는 모임

식욕'성욕'수면욕'명예욕 등 여러 가지 욕구가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욕을 채우고 싶다면 이 모임을 추천하고 싶다. 산학연구원이 주최가 돼 2년 전 교류 및 학습문화 조성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모임이다. 벌써 5회 이상 저자와의 만남(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김용섭 전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등)을 포함해 모두 31차례 모임을 가졌다. 모임은 매달 둘째 및 넷째 목요일 조찬 모임이다. 시간은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지구인이 정말 달라서 좋은 건 본인이 갖지 못한 것을 다른 회원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업체 대표, 교수, 언론인, 금융인, 공무원 등 다양한 발표자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석자들이 어우러져 다양성을 통한 활발한 소통 및 학습, 그리고 창의적 발상을 통한 성공적인 통합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독서토론회는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김지욱 산학연구원 대외협력센터 소장이 '리더십과 자기기만'(Leadership and Selfdeception)에 대해, 이진상 전 언론인이 '제우스처럼 경영하고 헤라처럼 협상하라', 문종상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교육사업팀장이 '아웃라이어', 안희관 계명문화대학 교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등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교훈이 될 만한 얘기들을 뽑아내 발제해 준다. 다른 회원들은 발제자가 추려준 내용에 대해 질문도 하고 이를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지구인 회원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곽종원 한국전시산업연구원 대표이사, 진병용 대구은행 수석부행장, 이지윤 휴먼인터렉티브 CS강사, 김선왕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 엄창옥 경북대 교수, 김한식 대구공업대 교수, 신강훈 펀경영연구소장, 이승익 TBC 정치경제부장, 박진서 예치과 원장, 신진교 대구테크노파크 지역산업평가단장, 김영채 KPMG 삼정회계법인, 양현주 한국인재개발원 대표이사, 서명선 송광매원 대표, 김대현 메트라이프 생명보험 동대구 부지점장 등이다.

이 모임의 회장은 따로 없다. 간사를 맡고 있는 산학연구원 임재현(36) 주임 연구원은 "이제 모임이 정착되어 이른 아침이지만 25명 정도가 꾸준히 참석하고 있으며, 매회 다양한 주제의 동영상(5분 정도) 상영 이후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김밥 한 줄의 초라할 수 있는 아침식사지만 아침을 깨워 경험과 지식을 나눈다는 것이 너무나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모임에 대해 설명했다.

지구인 독서토론회는 앞으로도 저자와의 만남, 블로그를 통한 온라인상 토론 활성화, 차세대 리더와의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대학생 독서클럽 등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서로 달라서 단점도 있지만…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모여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이질 모임이라서 장점도 많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같아서 단점이 있듯 달라서 생기는 단점은 이랬다.

첫째, 다변(多變)이라 정신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 분야가 달라서 각자 전문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은 좋은데 이곳에 가면 이 사람이 저곳에 가면 저 사람이 설명을 하고, 또 질문도 다양하다보니 한곳에서 한 파트에서 오래 지체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좋지 않다.

둘째, 박학다식(博學多識)으로는 한계가 있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얘기를 해도 된다, 하지만 얇게 두루두루 아는 사람들은 아무리 얘기를 해도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이질 모임들은 스터디 모임을 좀 더 내실화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자칫 회원 한 명이 물을 흐릴 수 있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협조와 배려가 필수적인데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거나 무책임하고 안이하게 대처할 때 전체가 피해를 봐야 한다. 이는 건설적인 모임을 계속하는데 장애가 된다. 또 그 한 명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이런 이질 모임은 장점을 반대로 생각하면 단점이 됨을 알 수 있다. 화이부동, 즉 서로 다른 악기가 어울어져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에서 한 악기가 너무 튀거나 제대로 음을 내지 못하면 화음을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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