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돼 찾아오는 공연계의 봄이 심상찮다. 이제는 반가움보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학생들의 겨울방학을 따라 공연계도 임시휴업이 찾아오고 3월이 되면 학생들의 개학에 맞춰 다시 다양한 공연의 막이 오르는 것이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는 공연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재충전하는 일종의 휴가이자 다음 한 해 공연을 준비하는 준비기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얘기는 상당 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대구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 공연계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흔히들 말하는 지원금 공연의 문제다. 물론 연극, 음악, 무용 등 상업성이 다소 배제된 기초예술 분야 공연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1월과 2월은 각종 공연지원금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의 공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연계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겨울방학인데 이는 각종 지원금의 전년도 예산집행이 끝나고 새해 예산은 아직 집행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제작비 문제로 고충을 겪는 공연계에 지원금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민간공연단체가 스스로 서려는 노력도 없이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현상은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년에 단 한 편의 공연을 그것도 지원금을 받아서 겨우 하는 것이라면 그 공연은 그야말로 관객보다는 공연단체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그런 단체에 들어가는 지원금이야말로 혈세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몇몇 단체들이 공연계의 잠정 휴업기인 1월과 2월에 지원금 없이 공연을 올렸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지원금을 받는 공연이 그렇지 않은 공연보다 많아졌기 때문에 느끼는 아이러니한 감정이다. 물론 지원금의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이는 아직도 각종 지원금을 선택과 집중보다는 다수 단체에 배분하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제는 지원금을 받아 겨우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연을 위해 일부 지원금을 받는 것이라는 민간단체의 각성이 필요하다. 또 지원금을 주는 입장에서는 지원금 공모사업제도를 수정해 1월과 2월에도 지원금을 받은 공연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추운 겨울이야말로 가슴을 따뜻하게 할 한 편의 공연이 더 그리운 계절이지 않은가.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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