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학입시 간소화해야 사교육 잡을 수 있다

올해 입시안이 확정되지 않아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논술 비중을 줄이라는 정부의 지침으로 각 대학이 아직 입시안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이 지침은 큰 혼란을 불렀다. 경북대는 일부 전형에서 논술을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논술을 아예 없애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는 무계획적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줄이기 목표에만 매달려 여러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정책을 내놓으면서 입시만 복잡해졌다. 부작용에 대한 대책 없이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을 한 결과다.

현재 대학 입시 전형은 수시와 정시를 합해 모두 3천696개다. 전국 4년제 220개 대학이 평균 17개의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 셈이다. 입시학원의 전형 소개 책자만 무려 1천500쪽에 이른다. 어느 대학에 갈지를 찾기 위해 다시 사교육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복잡한 교육 정책은 사교육을 줄이기는커녕 다른 사교육을 조장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고통만 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수준별 수능시험, 연 2회 수능시험, 외국어 대체 시험 등 굵직굵직한 개편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입시 정책은 명백하게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마치 실험하듯 무분별하게 각종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대입 정책을 간소화해야 한다. 또 앞으로 정책개발은 학교 교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교가 지도를 포기하고,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기대야 할 정도로 대학 입시가 복잡하면 절대로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더 이상 이 정부가 교육 정책만 남발한 역대 최악의 정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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