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달콤한 공연

어느 누가 달콤한 것을 싫어할까. 누가 그 맛을 거부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엇이든 하나만 추구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편식을 하면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맛의 음식을 섭취해 우리 몸의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문화예술도 다양한 장르를 즐길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독서,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아우르는 대구예총의 예술소비운동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고 있는 예술작품,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예술이 작품적으로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많은 메뉴가 있다고 한들, 결국 피자집에서는 피자를 팔고 중국집에서는 중국 음식을 파는 것처럼 요즘 공연계에는 코믹과 멜로만을 팔고 있다. 피자나 자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매일 먹기는 힘들다. 그런데 공연은 언제까지 코믹과 멜로만을 맛봐야 할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한 맛을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맛을 원한다. 어쩌면 우리 몸이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다양성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음식과 예술 모두 편식하지 않고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연되는 작품들의 경우 음식점처럼 관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메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 코믹과 멜로에 치우쳐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물론 이런 현상은 코믹과 멜로의 달콤함을 찾는 관객의 입맛 때문이기는 하다. 손님의 주문을 따르는 음식점 주인처럼 제작자가 관객의 요구를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연극과 뮤지컬은 예술인 동시에 하나의 문화상품이라는 상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의 경향은 곧 유행처럼 지나가고 흥미를 잃은 관객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제 제작자는 관객의 입맛만을 좇아갈 것이 아니라 관객의 입맛을 선도해 간다는 자세로 작품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관객들은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요구하는 소비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유행을 좇아가는 흔한 작품에서 눈길을 돌려 기존과 다른 참신한 작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상업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품성이 우수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예술소비자인 관객이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한마디로 건강을 위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약(藥)이라 생각하며 먹을 수 있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한 달콤함이야말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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