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1981년)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아놀드 슈왈제네거(64)는 앞니가 벌어져 발음도 새고, 대사도 어눌해 오로지 근육질로만 승부를 거는 액션배우에 불과했다. 보디빌더로 이름을 날리다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 그저 그런 무명이었다.
이때만 해도 그가 영화계를 평정하고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가문에 들어가 정계에 입문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가 미국시민권을 얻은 것은 1983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1980년대를 풍미하고, 1986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하고,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어 '거버네이터'(Governator)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거버네이터'는 '터미네이터 주지사'라는 뜻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7년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재임하다 지난 1월 물러났다. 예순을 훌쩍 넘긴 그가 자신의 과거 히트작을 리메이크하면서 할리우드로 복귀할 뜻임을 밝혀 주목된다.
미국의 연예지 '쇼비즈스파이'(Showbizspy)가 9일(한국시간) "그가 '터미네이터' '프리데터'(사진) '러닝맨'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리메이크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터미네이터'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존 맥티어난 감독의 '프리데터'(1987년 작)는 아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액션영화다. 3편까지 속편이 나왔지만, 1편의 고감도 액션과 긴장미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러닝맨'(1987년 작)도 뛰어난 미래형 '글래디에이터' 영화였다. 그 모든 것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힘이었다.
슈왈제네거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할리우드 복귀를 언급했다. 지난 1월에는 "연기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직에 있는 동안 영화계 동료들이 꾸준히 배우로 복귀하길 권해 왔다"며 "이제야 그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대표작을 리메이크해 화려했던 연기 인생을 돌아보고 싶어 했다. 지난 2월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7년 동안 저에게 캐스팅 제의를 해오던 친구가 진지하게 출연 제의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케이 사인을 보냈습니다'라고 소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름을 발음하기도 어려운 한 액션배우의 인생역정의 종착지는 역시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영화인가. 그의 이름은 영어식 '슈월츠네거'를 비롯해 '슈왈제네거' '슈바르체네거' '시바제네거' 등 다양하게 발음된다. 배우의 이름치고는 고통스런(?) 발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개명하지 않고 자신의 오스트리아 이름을 고집했다. 그것 하나만 하더라도 그가 예사로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그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복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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