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한지 위에 모필(毛筆)의 형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으로 잘 알려진 작가 이정웅의 작품 '붓' 시리즈는 한지 위에 먹을 듬뿍 머금은 붓을 유화물감으로 정교하게 그려내는 작업으로, 소재와 기법 면에서 동양화와 서양화, 추상과 사실적 구상을 동시에 재현해내고 있다.
작가가 한지 위에 올라서서 스스로 붓을 드리핑하며 먹물을 튀기거나 획을 긋는 행동을 통해 그려내는 역동적인 작업의 흔적 위에 마치 실제 붓을 오브제 해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치밀한 묘사력은 가히 신기(神技)에 가깝다. 이 같은 그의 창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으로 직접 작품을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다. 이렇듯 작가 이정웅의 작품은 한지와 먹을 사용한 동양화이자 유화를 사용한 서양화, 그리고 행위예술의 과정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먹물을 힘차게 튀기는 과정에서 먹이 강렬하게 분사된 흔적 위에 무거운 침묵을 지키듯 고요히 놓여져 있는 작품 '붓'을 보고 있노라면 생동감 넘치는 강한 에너지의 발산과 더불어 동양에서 흔히 예술적 이상이자 예술창작과 심미 감상에 있어서 최고의 준칙으로 일컫는 '기운생동'(氣運生動)을 연상케 해주는 작품이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 팀장)
▶전시=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멀티아트홀(~27일) 053)668-1800, 맥향화랑(~4월 2일) 053)42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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