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4·27 재보선을 보는 곱잖은 시선

강원도지사와 경기도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등에서 치러지는 4·27재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의 가늠자로 여겨지면서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여권이 공천하려는 후보는 총리 후보로 낙마했거나 국정혼란을 야기했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전직 총리라는 점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박연차 의혹을 떨쳐내지 못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하다가 물러난 정운찬 전 총리가 그들이다. 대구 한 중진의원은 "정'김 두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모든 것을 제쳐 두고 '대선 구도'만 노린 것"이라고 촌평했다.

정 전 총리는 2009년 9월 제40대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전면 수정안을 내놓았다가 실패한 '세종시 총리'로 1년을 지냈다. 여야는 물론이고 전국이 패를 갈라 찬반 논쟁에 빠져들었고 잠잠하던 여당 내 갈등도 증폭됐다. 18대 총선 공천 파동으로 갈라진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가 '백년대계'라고 주장하던 세종시 수정은 '없던 일'이 됐고, 그는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것으로 끝을 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정 전 총리는 현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의 단초도 제공했다.

김 전 지사가 총리 후보로 내정된 것은 여권 주류 측이 구상한 '박근혜 대항마' 역할이었다. 그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석연찮은 만남과 관계 맺기 등을 이유로 낙마했다. 아내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거나, 자신의 관사 청소를 경남도 직원에게 맡겼다는 의혹은 박연차 의혹에 묻혔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재산 4억의 40대 총리 후보가 '박연차를 언제 만났느냐'는 질문에 솔직하지 못해 스스로 낙마했다"고 비아냥거렸다. 도덕성이 문제였다. 물러났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그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일하고 싶어 미치겠다"며 출마를 선언한다.

반면 여당 주류세력은 분당에 살고 있는 강재섭 전 대표가 분당을에 나서는 것을 탐탁잖게 여긴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과거보다 향후 대선 구도에 강 전 대표가 끼어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친박 성향 유권자들이 정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전직 총리라는 타이틀을 우대하고 있다. 1년간 대한민국을 세종시 논란으로 혼란스럽게 한 장본인이라는 점도 묻어버린다. 또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선언을 해놓고 어제와 오늘 말이 달라 총리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한 인사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 스스로 도덕성을 부정하는 '필패' 카드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재보선을 오로지 대선 구도 짜기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한나라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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