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사능 노출…세슘·요오드, DNA 변이로 각종 암 유발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최대 190여명이 피폭(방사선을 쪼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질병을 유발하거나 유전자(DNA)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형아 출산, 유전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우라늄 원료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세슘'과 '요오드'다. 세슘은 동위원소(양자 수는 같으나 질량 수가 다른 원소) 중 하나로, '세슘-137'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핵실험 등의 결과로 발생한다. '세슘-137'은 강력한 감마선으로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자궁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상세포가 이에 노출되면 반대로 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축적된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30년이 걸린다(반감기 30년). 따라서 모두 없어지려면 60년은 있어야 한다. 세슘이 체내에 축적됐다면 '프러시안블루'라는 세슘 결합제를 복용해 체내에 있는 세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요오드 131)'는 인체 내에서 갑상선에 축적돼 갑상선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하고 갑상선에서 이뤄지는 호르몬 작용을 교란시킨다. 요오드의 경우 6시간 전까지 '안정화 요오드'라는 치료약을 투여받으면 갑상선 침투를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원전 인근에 거주한 주민들에게 비상치료제로 '요오드'를 배포, 복용하도록 했다. 방사능물질인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축적되기 전에 '자연 요오드'로 몸을 채워 방사성 요오드를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기 위한 조치다. 사람의 몸은 필요한 요오드가 일정량을 넘을 경우 자연적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방사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더라도 피해는 있을 수 있다. 1986년 일어난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등 당시 옛 소련 지역 14만5천㎢ 이상에 방사성 낙진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흩날렸다.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만 약 800만명에 이르렀고 9천300명이 사망했다.

또 70여만명이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아직도 방사능 유출에 따른 피해가 발생 중이다.

때문에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올 경우 피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전국 70곳(동해안 12곳 포함)에 설치된 방사선 준위 측정장치로 15분 간격으로 주변 방사선 준위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부터 감시주기를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현재까지 울릉도의 방사선 준위는 139나노시버트(nSv)로 별다른 이상이 없다. 가장 동쪽에 있는 울릉도의 방사선 준위의 변동이 발생할 경우 울릉도 주민에게 곧바로 대피령이 내려지고 동해안 지역부터 피해대책을 가동하게 된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키워드 정리

▷방사능=방사선의 세기를 말한다. 엄밀히는 단위 시간당 원자핵 붕괴 수를 가리킨다.

▷방사성 물질=우라늄·플루토늄·라듐 등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이다.

▷방사선 유해성=방사선이 위험한 것은 방사선의'전리'작용 때문이다. 전리 작용은 방사선이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로부터 전자를 튕겨내 양이온(+)과 전자(-) 한 쌍으로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방사선은 인체를 통과하면서 전리 작용을 통해 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필수적인 DNA에 화학적 변성을 가져올 수 있다.

▷방사선 측정=측정 단위는 여러 가지다. 베크렐(Bq)은 물체가 내는 방사능의 양에 사용하며 시버트(Sv)는 사람의 몸에 피폭되는 위험도, 즉 방사선량을 측정할 때 사용한다. 병원에서 X선을 1회 촬영할 때 대략 0.03~0.05 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량을 받게 된다. 100mSv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맞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 다만 1천mSv를 맞으면 구토 및 설사 증세가 나타나며 7천mSv 정도면 며칠 내 사망하게 된다.

▷노심=원자로의 중심부로서 핵연료 우라늄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맞아 둘로 쪼개질 때(핵분열) 발생하는 에너지를 얻는 부분이다. 핵연료봉과 함께 분열속도, 노심 온도를 제어하기 위한 감속재와 냉각재 등이 들어 있다.

▷노심용해=노심이 녹아내리는 상태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처럼 노심 온도를 제어하는 냉각재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핵분열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지 못해 노심 자체의 온도가 올라간다. 노심 온도가 약 3천도 가까이 이르면 봉 형태의 핵연료(핵연료봉), 즉 우라늄 자체가 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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