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靑은 "아직 정해진거 없다"…여권 내부는 뒤로 백지화 여론몰이

"후보지 둘다 경제성 없어" 여권 입맞춘듯 발언 쏟아내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가 28일 오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가 28일 오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움직임에 대해 결사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27일 일제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여론몰이 내지 바람잡기에 나섰다.

청와대의 일부 핵심관계자와 여당의 고위당직자들이 "밀양과 가덕도 등 두 후보지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입을 맞춘 듯이 백지화가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중앙언론들을 동원했다. 이에 서울에 근거를 둔 신문과 방송, 통신사들은 수도권 중심 논리를 설파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무용론 혹은 백지화 쪽으로 바람을 잡았다.

평가위의 현장실사와 평가작업이 신공항 백지화 수순을 밟기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국토해양부는 "평가단의 산정 결과에 입지평가위가 별도로 정한 항목별 가중치가 적용돼 30일 오전 최종결과가 산출돼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토부와 평가단의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청와대에는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면서 신공항 백지화 가능성을 부인하고는 "정치적 잣대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며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8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신공항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휴일인 27일에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신공항 입지선정 일정을 보고받았지만 구체적인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도 "동남권 신공항 관련해서 국토부 입지평가위원회에서 입지선정을 하고 있는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입지선정 평가작업 결과 발표도 늦추지 말고 예정대로 하는 것이 해당 지역민의 바람으로 알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거나 또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지역민을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공식 창구의 발언과 달리 여권 내부에서는 백지화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는 등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청와대의 입장은 이미 이달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 월례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백지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내놓은 청와대와 당 대변인이 발표한 이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발언은 다듬어지고 상당부분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국책사업에 대해 여여갈등이 되고 있어 문제다. 국책사업에서 정치적 논리는 배제돼야 하고 차분히 논리를 따지기 전에 무슨 유치전 하듯이 해서는 안된다. 정부도 경제논리를 가지고 자제를 요청해야 한다. 국책사업은 국가의 백년대계로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다. 법을 지켜가면서 논리적, 합리적으로 하면 된다. 지금 시끄럽다고 해도 그 판단이 두고두고 옳다는 평을 듣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발표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신공항 발언은 이보다 더 강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께서 경제적 논리라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대구경북 등 영남권 사람들이 대통령이 야박하다고 할까봐 브리핑에서는 절제한 것으로 안다"며 "'경제성이 안되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욕먹더라도 역사를 보고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하면서 백지화론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안상수 대표 등 여권 고위관계자가 백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부터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눈치보기식 오버액션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부산 출신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25일 한 중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부산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당 원내대표로서 부산 입장만 대변할 수 없다"며 "어쨌든 현재 상황은 한 곳으로 결정돼도 다른 한쪽이 뒤집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차피 경제성도 없고 결정을 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성을 내세우면서 신공항 백지화에 동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동남권 신공항을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하자고 하면서 백지화 쪽으로 몰고 있는 것은 결국 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부산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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