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 울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래다. 울산은 '포경선 선장과 울산군수 자리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가 성행했던 곳이다. 고래의 메카로 불렸던 장생포항은 19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된 뒤 사양길로 접어들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요즘 고래의 명성을 잇고 있는 울산의 명물은 참가자미다. 참가자미는 횟감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다 양식이 안돼 자연산만 존재하는 귀하신 몸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미는 요즘이 제철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 한창 살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참가자미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울산 정자항이다. 국내 유통 물량의 70%를 책임지는 참가자미 본고장으로 이름이 나 있다. 3월의 끝자락, 향긋한 참가자미 맛에 취하는 정자항을 다녀왔다.
#'참가자미 고장' 울산 정자항
육지에 포근히 안겨 있는 정자항은 규모는 작지만 어느 포구보다 활기찼다. 역동성이 느껴질만큼 어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증거는 포구 곳곳에서 포착됐다.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들이 부지런히 그물을 손질하고 아낙네들은 잡은 고기를 손질해 말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정자항에서 참가자미를 잡는 배는 40여 척이다. 대부분 20t 이하의 소형 어선들이다. 한 번 조업을 나가면 300~400㎏ 이상 거뜬히 잡았지만 요즘에는 울산 앞바다에 냉수대가 형성되어 그 양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참가자미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비늘을 벗겨 햇볕에 말리면 조림이나 튀김으로 먹기 좋은 참가자미가 된다. 신선한 참가자미를 미역과 함께 끓여내면 시원한 참가자미 미역국이 된다.
정자항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참가지미 회다. 참가자미는 성질이 급해 잡은 지 2~3일만 지나도 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까닭에 현지에서 먹어야 참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미 회를 맛보려면 정자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활어직판장으로 가야 한다. 횟감을 고르면 즉석에서 회를 떠준다. 값은 조업 현황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참가자미가 많이 잡히면 가격이 내려간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1㎏에 2만5천원이었다. 활어직판장에서 횟감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참가자미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가격이 좀 올랐다"고 했다.
활어직판장 인근에는 초장집(초고추장'쌈'반찬 등을 판매하는 곳)과 초장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늘어서 있다. 활어직판장에서 회를 구입한 뒤 초장집에 가서 먹거나 가판대에서 초장과 쌈 재료 등을 구입하면 된다. 가판대 초장은 횟감 양에 따라 1, 2㎏ 단위로 포장돼 있다. 1㎏ 짜리 초장 가격은 1천원이다. 깻잎도 두 묶음에 1천원, 상추는 한 묶음에 2천원으로 저렴하다. 활어직판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참가자미뿐 아니라 도다리'광어'우럭'해삼'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포구 따라 마련된 널찍한 주차장에는 들고나는 차량들로 북적인다.
정자항에서 맛볼 수 있는 또다른 진미는 정자대게와 돌미역이다. 정자대게는 크지는 않지만 껍질이 얇고 대게의 향이 살아 있어 대게찜'대게탕 등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정자항에는 대게를 판매하는 횟집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돌미역은 정자항 앞바다에서 채취한다. 본격적인 채취는 음력 3월부터 시작되지만 기자가 정자항을 찾은 날에도 해녀들이 부지런히 바닷속을 오가며 돌미역을 따고 있었다.
요즘 물가가 올라 1만원으로는 살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자항에서는 1만원이 돈 가치를 한다. 새벽에 잡은 참가자미를 손질해 봄 볕에 말려 판매를 하는데 1만원을 주면 어른 손바닥만한 참가자미 열대여섯 마리를 담아 준다. 울산이 자랑하는 참가자미 맛과 넉넉한 인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정자항이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7번 국도 울산'불국사 방면 우회전~31번 국도 감포 방면 좌회전~강동'정자항 방면 우회전~남목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바로 정자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난다.
/주변 볼거리/
정자항에서 경주 방면으로 3㎞ 정도 올라가면 강동화암 주상절리(육각형 또는 삼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암석)가 있다. 제주도 주상절리처럼 대규모로 형성돼 있지 않지만 몽돌해안과 어우러져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정표 맞은편 집 사이로 난 골목길이 입구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주상절리가 나온다.
정자항에서 부산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울산의 전망대라 부를 수 있는 주전봉수대와 울기공원이 나온다. 울기공원에는 신라 문무대왕비가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린 대왕암과 울산 앞바다를 오가는 배들의 오랜 길잡이 역할을 해온 울기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또 장생포에는 고래박물관이 있다. 2005년 개관된 장생포 고래박물관에서는 실물 크기의 고래 표본을 비롯해 다양한 포경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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