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이 있는 곳에 나비와 벌이 날아든다. 나비와 벌이 꽃을 찾아오는 것일까? 꽃이 나비와 벌을 불러들이는 것일까?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면 손님들은 어디든지 찾아 나선다. 손님들이 음식점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음식점이 손님을 불러들이는 것은 아닐까? 봄이 되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의욕도 없어지고, 입맛이 떨어진다. '봄을 타는 것'일까? 이럴 때 몸을 일깨우고 생동감을 얻기 위한 음식으로는 오리고기가 제격이다. 계명대 동산도서관 학술정보지원팀은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오리고기 전문식당인 '좋은날'을 자주 찾는다.
계명대 동산도서관 박명호 관장은 음식에 관해 일가견이 있다. 각종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음식 잘하는 집을 줄줄이 꿰고 있다. 박 관장은 특히 국수를 좋아하지만, 정작 직원 회식 때는 오리구이집 '좋은날'로 향한다. 그 이유는 "맛도 좋지만, 음식점을 경영해서 계명대 발전을 위해 일정액을 기부하는 '후원의 집'이기 때문"이라는 것.
'좋은날'은 도시철도 진천역 공영주차장 안쪽에 있다. 오리전문식당 이름으로는 독특하다. '미소 천사'란 별명을 지닌 이미애(50) 사장은 "우리 식당의 상호는 '날마다 좋은 날이 되라'는 뜻과 '기분 좋은 날이면 좋은날 식당에서 좋은 음식으로 행복해지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주요메뉴는 생오리 소금구이와 버섯 양념 주물럭이다. 오리는 청도 농장에서 '셀레늄'을 먹여 키운 국내산 생오리만 취급한다. 이 사장은 "셀레늄 고기는 유황오리의 20배 이상 효능을 가지고 있다"며 차별성을 강조한다.
특히 이 집에서는 생오리를 참숯불에 굽는다. 불판 위에 올려놓고 5분쯤 가열하자 자글자글 고기 익는 소리가 난다. 고소한 냄새가 퍼지면서 식욕을 강하게 자극한다. 기름기가 쫙 빠지고 노릇노릇하게 굽힌 고기 한 점을 맛보니 쫄깃하고 고소하다. "정말 셀레늄 효과인가?" 생각될 정도로 적당하게 씹는 맛을 느끼게 하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이다.
동산도서관 김성만(53) 부관장은 "참숯 냄새가 적절하게 밴 고기 한점을 야채에 얹어 구운 마늘과 함께 먹으면 최고의 맛"이라고 설명한다. 신근식(53) 팀장은 오리고기에 대해 해박하다. "오리고기는 육류 중 알칼리성 식품인데다 비타민도 닭고기의 3배나 되며 인체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절대로 과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첫 마음과는 달리, 먹을수록 입맛이 더 당긴다. 양봉석(47) 계장은 "늘 그렇듯이 자장면 주문하면 짬뽕도 먹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이라며 "생오리구이를 먹으면 주물럭도 맛보고 싶다"고 한다.
버섯 양념 주물럭도 주문했다. 양념으로 버무려진 고기 위에 양파와 새송이 버섯, 감자, 부추, 당근 등이 푸짐하다. 생오리 소금구이가 담백한 맛이라면, 주물럭은 감칠맛을 낸다. 박애자 팀원은 "이 집 오리구이는 오리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고 평가한다.
김지영 팀원은 "양념 주물럭구이를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먹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박명호 관장은 "뭐니 뭐니 해도 '소스'가 고기맛을 좌우한다"며 음식 전문가 수준의 평가를 한다. 밑반찬도 깔끔하다. 푸짐하게 제공하는 봄 부추 겉절이는 주인의 푸근한 인심을 반영한다.
삶은 콩나물, 얇게 썬 자주색 양파, 파 절임을 소스에 버무린 3색 야채는 오리고기의 맛을 높여주는 비장의 카드다. 식당 내 곳곳에 걸려 있는 유화는 분위기를 한층 더 북돋운다. 수차례 전시회에 참가한 이미애 사장의 솜씨다.
생오리 소금구이 한 마리(4인 가족)는 3만3천원, 작은 것은 2만8천원, 반마리는 2만원이다. 버섯 양념 주물럭과 통 훈제오리는 한 마리 3만8천원, 반마리 2만8천원이다. 점심시간에는 점심 특선이 좋다. 생오리 소금구이와 칼국수, 오리탕까지 합쳐서 2만9천원으로 4명이 먹을 수 있다. 오리고기뿐 아니라 생삼겹살도 있다. 저녁에는 단체손님이 많아 예약은 필수다. 053)644-4919.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추천 메뉴-추어탕
한국사람은 고기를 실컷 먹고도 반드시 마무리는 밥을 먹어야 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밥맛이 좋은 집이 음식맛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법. 오리고기 전문집인데 추어탕이 뭐 별난 맛이 있을려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특히 다양한 맛의 오리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난 후 주문한 추어탕이라 이러한 생각은 더욱 강했다.
하지만, 추어탕을 한입 맛본 순간, 마음에 변화가 왔다. 애당초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첫맛이 깔끔했다. 시원한 국물 맛은 마치 '청도 추어탕'을 연상케 했다. '좋은날'에서 오리고기를 먹고, 마지막에 추어탕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먹는것, 절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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