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임자 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덜 가기 마련이다. 왜? 내 정인이 아니니까. 그런데 요새 근 10년을 한 남자와 순애보를 써가고 있는 한 처자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기자뿐만이 아니다. TV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와 인터넷의 수많은 네티즌들도 이 여인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나타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요샛말로 '핫(hot)'하기 때문이다.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3월 24일 개봉)의 주인공 박한별을 만났다. 워낙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그답게 블링블링한 미니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셔터 소리에 몸을 반응하던 그녀. 오른쪽 얼굴보다는 왼쪽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이런 모습에서는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풋풋한 대학생 같은데, 그녀는 벌써 우리 나이로 27세다. 동안이나 안티에이징이 대세인 요즘 박한별 또한 그 부류에 들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사진 촬영은 끝이 났다.
박한별은 종종걸음으로 기자가 앉은 곳까지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눈이 거의 얼굴 반만하게 보였다. 마치 만화 속 공주 캐릭터 같은 외모였다. 역시 '얼짱' 출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기자는 무의식적으로 "참 밝고 예쁘세요"란 말이 튀어나왔다.
"어머. 고맙습니다.(웃음) 그런데 저는 너무 밝아서 그동안 많이 혼났어요. 배우 생활하려면 좀 우울하기도 하고 힘든 것도 알아야 한다면서 말이죠. 아마 제가 세상을 아기의 눈으로 봐서 그런가 봐요. 전 꼬아서 생각하는 것을 못하거든요. 아기들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투명한 크리스탈의 느낌이랄까. 그녀의 말처럼 배우 박한별이 아닌 인간 박한별에게서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맑음'이 보였다. 물론 그녀도 '갬'도 '흐림'도 '폭풍'도 있었다. 일찍 데뷔한 탓에 적잖은 스캔들의 한가운데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며 산전수전 다 겪어본 셈이다. 공교롭게 이번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혜지란 인물도 '자고 나니 스타가 됐더라'는 벼락스타 캐릭터다. 그러다 유명해지기 전 있었던 일로 인해 스캔들을 겪어 힘든 시기를 맞는다.
"솔직히 스캔들이 한창 났을 적에는 힘들었죠. 그때는 또 제가 어렸을 때라 더 힘들게 느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만약에 지금 또 제게 스캔들이 난다면 안 힘들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 그럴 수 있을거야'라고 할 것 같아요. 아마도 이번 영화 찍으면서 쿨(cool)해진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이런 생각이 저의 본연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요."
박한별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고유명사가 있다. 바로 그의 10년지기이자 연인인 가수 세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두 사람 모두 스타 반열에 올라선 지금까지 이들의 애정은 온도가 변하지 않는 '보온밥솥'같다. 스파크가 튈 만큼의 뜨거운 사랑은 아니지만 마치 은근히 따뜻한 아랫목의 온돌방 느낌이 강한 이들의 사랑, 과연 비결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성격이 서로 비슷한 줄 알았어요. 아마도 연습생 생활하면서 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한 것 같은데 직업이 저는 배우, 세븐은 가수로 결정되면서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완전히 성격이 다른데, 또 그 다름을 서로가 인정해요.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편해지는 것이죠. 그런 점들이 저희가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비결 같아요."
역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인지 다른 때보다 목소리가 조금 더 로맨틱하게 들렸다. 그 사람을 떠올리면서 내뱉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자리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녀는 음식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 요리의 천재일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그 말을 꺼내자마자 그녀와 기자는 동시에 눈을 마주쳤고, 크게 한번 웃었다.
"요새 결혼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요.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질문을 받고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저는 참 좋은 아내가 될 것이라 확신했어요. 요리며 청소 등을 정말 잘하거든요. 지금 제가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아마도 20년 넘게 보고 들은 게 역시 효과가 있더라고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요리들을 척척해내는 거 있죠. 게다가 맛도 얼마나 좋은데요. 저 정말 '대장금'이라고 해도 될 걸요?"(웃음)
박한별은 흥이 나는 모습이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선율만 붙인다면 하나의 노래가 될 법한 분위기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다. 이때다 싶었을까. 그녀는 이 말을 하기 위해 기회를 노렸던 것처럼 자신을 '행복 전도사'라고 꼭 불러달라고 했다. 아니 아예 기사 제목을 '행복 전도사 박한별'이라고 정해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한별과 기자는 다시 한 번 박장대소했다.
"저를 '박한별이다'라고 정해 놓고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꿈이 장수하는 것인데, 오래 살고 싶은 이유가 행복 때문이거든요. 그 행복은 또 왜일까란 고민도 해봤는데요. 제 직업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대중들이 저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제가 여러분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가 제 목표입니다.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박한별로 기억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는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큰 소리는 아니지만 잔잔하게 박수를 쳤다. 아니 보냈다. 한 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행복을 나눠준 박한별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기자의 이런 모습에 그녀 또한 목례와 함께 밝은 미소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녀는 정말 '행복 전도사'라 불릴 만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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