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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통] 사악해지는 아이들과 무서운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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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고백

1990년대 초로 기억된다.

일본에서 희대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어린 학생들이 야구방망이로 반 친구를 죽인 것이다. 아이들은 태연하게 귀가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생활했고, 아이의 시체는 뒤늦게 발견됐다.

친구를 죽이고도 전혀 죄책감 없는 아이들을 당시 신문은 'AMDS'에 걸렸다라고 표현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인 AIDS의 '면역' 대신 '윤리'(Moral)를 넣어 '후천성윤리결핍증'이라고 칭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14살 이하 아이들의 살인사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7년에는 14살 아이가 토막 살인을 저질렀고, 2003년에는 12살 아이가 갓난아이를 납치해 주차장에서 밀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고백'(사진)은 이런 일본의 현상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갈수록 사악해지는 아이들과 이에 따르지 못하는 법률과 사회체제의 어긋남을 고발한 것이다.

봄방학을 앞둔 중학교 1학년 교실. 왁자지껄한 소란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선생님은 자신의 딸이 한 달 전 학교 수영장에 빠져 죽은 일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사고사로 결론이 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충격적인 말을 한다. "우리 아이가 죽은 것은 사고사가 아닙니다. 우리 반 학생 둘에게 살해됐어요." 범인을 밝혀봤자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죄를 뉘우칠 일도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죄의 무거움을 짊어지고 살아가도록 자신이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의 고백을 차례로 들려준다. 이 영화는 2009년 일본 '서점 대상'에 오르며 300만 부나 팔린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불량공주 모모코'의 나카시마 데츠야 감독이 세밀한 정황묘사와 뛰어난 영상과 음악, 캐릭터 묘사 등으로 스크린에 옮겼다.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퍼즐처럼 맞춰지는 에피소드를 슬로우모션 등 다양한 테크닉으로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어린 아이들의 죄의식 없는 모습이다. 엄마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어린 마음과 큰 범죄를 저질러 엄마의 관심을 받으려는 악마적인 의도가 공존하며 시한폭탄처럼 커가고 있다. 담임이 학교를 그만두는데 박수를 치고, 급우가 딸을 죽였다고 하는데도 큰 동요를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이용하고, 능멸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을 높이고, 아이들은 선생님께 반말하는 무너진 교실의 모습도 보여준다.

영화는 제도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들에게 지옥같은 체험을 하도록 한다. 사악한 아이들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사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옥도 같은 일본의 현실이 방사능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올까 두렵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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