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주 끝나고 막창 회식하면 대구 원더풀~"

대구시향 외국인단원들

대구시향에는 네 명의 외국인 단원들이 금관악기 파트를 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파웰, 제나스 김, 에릭 로빈스, 피터 솔로몬.
대구시향에는 네 명의 외국인 단원들이 금관악기 파트를 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파웰, 제나스 김, 에릭 로빈스, 피터 솔로몬.

대구시립교향악단에 2월 말 트롬본 수석 제나스 김(26)이 합류하면서 외국인 연주자 수가 4명으로 늘었다. 2008년 호른 주자 크리스토퍼 파웰이 온 후 4년 만이다.

"대구 음식이 싸고 맛있어요. 우리도 수시로 막창, 삼겹살을 먹으며 회식을 즐기지요."

대구시향 외국인 단원들은 금관 악기 파트에 몰려 있다. 그래서인지 서로 말이 잘 통하고 의지가 된다. 서울시향에는 15명이 있으며 부산, 울산, 대전 등에도 1, 2명씩 외국인 연주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바야흐로 국공립 시향 연주 분야에도 다문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럼펫 수석 에릭 로빈스(28)는 "대구시향 단원들이 많이 챙겨주고 도와줬는데, 같은 미국인 친구들이 많아지니 서로 배워가며 일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외국인 단원들은 주로 금관악기에 몰려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대구시향 관계자는 "현악기나 건반악기는 워낙 우리나라에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지만 금관악기는 어릴 때부터 호흡법을 연습해 유럽이나 미국 연주자들의 기량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보다 미국이나 유럽이 금관악기의 저변이 훨씬 넓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실제로 에릭은 가족 전체가 트럼펫 연주자들이다. 할아버지, 사촌 등 가족 대부분이 트럼펫을 사랑하는 환경 덕분에 에릭은 8살 때부터 연주를 시작했다.

재미교포로 최근까지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던 제나스는 13세부터 트롬본 연주를 시작했다. "피아노를 치다가 트롬본의 음색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금관악기를 즐기는 분위기가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다양한 경력을 지닌 미국 연주자들이 오면서 대구시향의 시스템이 외국 오케스트라 시스템과 비교되기도 한다. 2008년 대구시향에 정착한 호른 부문 크리스토퍼 파웰은 중국과 태국에서도 오케스트라 생활을 했다. "보통 미국이나 유럽의 오케스트라는 연초에 1년 연습 스케줄을 담은 표를 나눠줘요. 그만큼 확실하게 계획이 잡혀 있죠. 하지만 대구시향은 그런 시스템이 다릅니다. 수시로 생기는 연주 일정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호른 수석 연주자 피터 솔로몬(30)은 부인과 함께 대구에 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여서인지 대구도 즐거운 여행지나 다름없다. 피터는 현재 부인과 함께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연주회에 와서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구는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만 연주회에 오는 것 같아요. 교육을 잘 받은 관객들이라 수준이 높지요."

보통 대구시향 연주자들은 주로 레슨 등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지면 이들은 연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차분하게 연습하는 시간이 많다. 숙소에서도 하루 5, 6시간씩 연습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타국에서 연주생활을 하는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에릭은 특히 문화예술회관 주변에서 등산을 즐긴다. 이들은 "악기가 아니라 정신과 마음을 합해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합류하면서 대구시향의 금관악기의 소리가 한층 섬세하고 풍부해졌다는 평이다. 트롬본 수석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이들의 앞으로 계획은 뭘까.

"계속 음악만 하며 살 수 있으면 행복하지요. 오늘만 열심히 살아가요. 오늘 하루 행복하면 미래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겠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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